- 모리야스 하지메: 브라질에 석패했으나 까다로운 조를 무패로 통과한 최고 경쟁력의 리더.
- 토니 포포비치: 화려함 대신 실리로 호주를 2회 연속 토너먼트에 올린 유일한 생존자
- 홍명보: 황금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조별리그 탈락 후 사임한 가장 시끄러웠던 사령탑.
- 게오르기오스 도니스: 단 두 달의 준비 기간 끝에 조 최하위와 협회장 사임을 부른 대타.
- 그레이엄 아놀드: 40년 만의 본선행을 이끌었으나 체급 차를 절감하며 전패한 이라크 감독.
대회가 32강까지 흘러온 지금, AFC 9개국은 조별리그에서 3승 9무 15패를 기록했다. 21세기 들어 가장 처참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다음으로 나쁜 성적이다. 9팀 중 토너먼트 무대를 밟은 건 일본과 호주뿐. 나머지 일곱은 짐을 쌌고, 그중 한 감독은 대회 직후 사임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축구 상향평준화라는 말이 나돌았던 걸 생각하면 더 씁쓸한 결과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대회 아시아를 대표해 나섰던 9명의 사령탑에게 매긴 성적표.
1. 모리야스 하지메(일본) B+
모리야스가 이끈 일본은 네덜란드, 튀니지, 스웨덴이 묶인 까다로운 조를 1승 2무, 무패로 통과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감독이다. 모리야스가 이끈 일본은 네덜란드, 튀니지, 스웨덴이 묶인 까다로운 조를 1승 2무, 무패로 통과했다. 네덜란드와 2대2로 맞섰고, 튀니지를 4대0으로 완파했다. 일본 축구가 더 이상 아시아 안에서만 강한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경기들이었다. 32강 상대는 하필 우승 후보 브라질이었다. 일본은 사노 가이슈의 선제골로 먼저 앞서갔고, 90분 넘게 브라질을 흔들었다. 그러나 후반 카세미루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추가시간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1대2로 졌다. 2002년 이후 다섯 번째 토너먼트 진출, 그리고 또 한 번의 토너먼트 무승. 일본 축구의 오래된 숙제는 이번에도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안첼로티의 브라질을 마지막 순간까지 식은땀 흘리게 만들었다. 탈락했지만, 가장 경쟁력 있는 아시아팀이었다.
2. 토니 포포비치(호주) B+
미국에는 완패했지만, 마지막 파라과이전에서 침착하게 0대0으로 비기며 조 2위로 32강 티켓을 따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가장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실속 있었던 감독. 호주는 튀르키예를 2대0으로 잡고 출발했다. 미국에는 완패했지만, 마지막 파라과이전에서 침착하게 0대0으로 비기며 조 2위로 32강 티켓을 따냈다. 화려함은 없다. 대신 실리적이다. 결과가 필요한 경기에서 무너지지 않았고, 승점이 필요한 순간에 승점을 챙겼다. 포포비치의 호주는 2022년에 이어 2회 연속 토너먼트에 올랐다.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안정적인 행보다. 수비 조직은 단단했고, 팀 전체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축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만 공격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32강 이집트전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이 점수는 잠정치다. 그래도 분명한 건, 9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아직 짐을 싸지 않은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3. 아미르 갈레노에이(이란) B
갈레노에이의 팀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3무는 32강으로 가기엔 부족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성적표로만 따지면 박한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정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란은 이번 대회 내내 축구 외적인 변수와 싸웠다. 미국 비자 문제로 베이스캠프를 애리조나에서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겨야 했고, 경기 준비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이런 변수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와중에도 갈레노에이의 팀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벨기에를 0대0으로 막았고, 뉴질랜드와 2대2로 비겼다. 마지막 이집트전에서도 3대3 난타전을 벌이며 끝까지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3무는 32강으로 가기엔 부족했다. 다른 조 결과까지 따라주지 않으면서 조 3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무패 탈락. 이번 대회 아시아팀 중 가장 동정표가 쏠리는 팀이자, 가장 억울한 성적표다. 다만 승리가 없었다는 사실까지 지워지진 않는다.
4. 자말 셀라미(요르단) C+
요르단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은 3전 전패로 끝났지만 세 경기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승리는 없었지만 부끄럽지도 않았다. 요르단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은 3전 전패로 끝났다. 하지만 세 경기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월드컵 데뷔팀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알제리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무너졌고,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도 한 골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셀라미 감독은 대회 뒤 경험 부족에서 나온 실수가 결과를 갈랐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요르단은 월드컵의 속도와 압박을 처음 겪었다. 한 번의 위치 선정, 한 번의 집중력 저하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팀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2023 아시안컵 준우승의 흐름을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간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3전 전패였지만, 첫 월드컵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팀은 아니었다.
5. 파비오 칸나바로(우즈베키스탄) C-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즈베키스탄은 사상 첫 본선 무대에서 콜롬비아, 포르투갈, 콩고민주공화국에 모두 졌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황금세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압두코디르 후사노프를 비롯해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즈베키스탄은 사상 첫 본선 무대에서 콜롬비아, 포르투갈, 콩고민주공화국에 모두 졌다. 특히 포르투갈전 0대5 패배는 체급 차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더 뼈아픈 건 인선 자체에 대한 물음표다. 협회는 예선을 통과시킨 흐름을 이어가는 대신, 월드컵 우승 주장 출신 칸나바로에게 본선을 맡겼다. 이름값은 컸지만, 결과는 따라오지 않았다. 마지막 콩고민주공화국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1대3으로 역전패했다. 칸나바로는 대회 뒤 “월드컵은 잔인하다”고 말했다.
6. 홍명보 (대한민국) D
홍명보는 역대 최고의 선수단을 가지고 최악의 결과를 냈다는 혹평을 받았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이번 대회 아시아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감독이다. 한국은 체코를 2대1로 꺾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개최국 멕시코에 0대1, 반드시 잡아야 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대1로 무너지며 1승 2패, 조 3위로 주저앉았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며 3위 팀에게도 기회가 열린 대회였지만, 한국은 3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충격은 성적 때문만이 아니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좋은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손흥민 활용, 경기 운영, 선수 기용을 둘러싼 논란도 컸다. 남아공전 이후에는 감독 책임론이 거세졌고, 결국 홍명보 감독은 대회 직후 사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조별리그 탈락으로 마무리한 월드컵. 가장 아쉬운 성적표 중 하나다.
7. 게오르기오스 도니스 (사우디아라비아) D-
2022년 아르헨티나를 잡아내는 이변을 만들었던 에르베 르나르가 물러난 뒤, 사우디는 자국 리그 경험이 있는 그리스 출신 도니스를 긴급 투입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월드컵 두 달 전 감독을 바꾸는 초강수는 결국 도박으로 끝났다. 2022년 아르헨티나를 잡아내는 이변을 만들었던 에르베 르나르가 물러난 뒤, 사우디는 자국 리그 경험이 있는 그리스 출신 도니스를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준비 기간 두 달은 월드컵을 치르기엔 너무 짧았다. 사우디는 스페인, 우루과이, 카보베르데와 한 조에 묶였다. 스페인전 패배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경기였다. 우루과이와 비겼고, 반드시 승부를 걸어야 했던 카보베르데전에서도 득점하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2무 1패, 조 최하위. 리그의 막대한 투자가 대표팀 경쟁력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한 대회였다. 사우디 축구협회장 사임까지 이어졌으니, 후폭풍도 작지 않다.
8. 훌렌 로페테기 (카타르) D-
캐나다에 0대6으로 대패했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도 1대3으로 무너지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2022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3전 전패를 기록했던 카타르는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위스와 1대1로 비기며 월드컵 본선 첫 승점을 얻은 건 분명한 진전이었다. 하지만 그다음이 없었다. 캐나다에 0대6으로 대패했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도 1대3으로 무너지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로페테기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카타르가 개최국 자격이 아니라 예선을 거쳐 올라온 첫 월드컵이었다. 첫 승점을 얻은 의미도 있다. 그러나 목표였던 월드컵 첫 승은 또 다음으로 미뤄졌다. 카타르의 월드컵 통산 성적은 1무 5패.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지만, 본선 경쟁력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9. 그레이엄 아놀드 (이라크) F
아놀드에게는 본선 진출의 공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부족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48개 출전국 중 최하위권의 성적표. 40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이라크에게 프랑스, 세네갈, 노르웨이가 묶인 조는 너무 가혹했다. 세 경기에서 모두 졌고, 12골을 내줬다. 노르웨이전에서는 한때 동점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수비 실수와 개인 기량 차이를 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아놀드는 1년 반 전까지 호주 대표팀을 이끌다 물러났고, 그 자리를 포포비치가 이어받았다. 한 사람은 호주를 32강에 올려놓았고, 한 사람은 이라크와 함께 조별리그 최하위권으로 대회를 마쳤다. 아놀드에게는 본선 진출의 공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부족했다. 이라크 축구계가 대회 직후 실패 원인 조사와 개혁안을 언급한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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