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한·일 양국의 서로 다른 평가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충격적인 조별예선 탈락을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를 향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일본 국민들은 32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 역전패 한 자국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감독을 향해 "잘 싸웠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공분의 시발점이 단순 성적이 아닌 불공정과 무능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양국 모두 월드컵 목표 달성 실패…자국 대표팀 평가는 180도 달라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이 참가해 본선 토너먼트(32강) 진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데다 같은 조에 편성된 나라들의 객관적 전력도 비교적 낮은 편이었던 탓에 조별예선 탈락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특히 국가대표팀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 왔다는 점이 국민적 공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28일 조별예선 최종 탈락이 결정된 이후 축구팬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사퇴와 대한축구협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홍 감독이 지난 29일 멕시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를 발표했지만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대표팀 귀국 영상이 담긴 게시물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 340만 회를 돌파했다. 게시글에는 "홍명보 아웃" "연봉을 반환해라" "선수들은 무슨 죄냐" "입국장 전술은 잘 짜서 나왔다" 등 부정적 내용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심지어 해당 댓글은 무려 1000개가 넘는 '좋아요(긍정)'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일본도 대회 목표였던 '8강 진출'을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은 지난 30일 열린 브라질과의 32강전에서 1대2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일본이 전반 29분에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후반 11분과 추가시간에 연이어 실점하여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우리나라와 180도 다른 모습이다. 포털사이트 야후와 X(구 트위터) 등에는 "아쉽다" "패배는 아쉽지만 재미있는 경기였다"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죽음의 조 뚫은 것 자체로도 훌륭하다" 등 긍정적 반응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감독에 대한 평가도 우리나라와는 180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4년 후가 기대된다" "계약 연장하자" "다음 월드컵도 일본을 이끌어 달라"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일본 국가대표팀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인스타그램 등에는 "졌어도 잘 싸웠다고 말해줄 수 있는 경기" "브라질 상대로 이 정도 결과를 낸 건 일본이 대단한 거다" "우리나라 감독이 얼마나 무능력한지 느껴진다" 등의 문구가 적힌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 김태욱 씨(24·남)는 "일본도 결과적으로는 탈락했지만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에서 감독 선임 과정부터 실제 경기력까지 실패가 드러났기 때문에 더 비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상반된 평가는 '결과보다는 내용, 그리고 과정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전처럼 결과만 보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과정과 대표팀이 보여준 태도까지 함께 평가할 정도로 국민 수준이 높아졌다"며 "국가대표팀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반응 역시 단순히 경기 결과가 아닌 우리나라 축구계의 무능과 불공정에 대한 평가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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