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의 회의가 본격화되면서 노사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를 조정할 공익위원들의 구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소상공인과 기업 경영인, 일반 직장인 등 전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최저임금 결정 구조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의 의중이 회의 결과의 향방을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행 최임위는 노동계로 불리는 근로자 대표 9명, 경영계로 불리는 사용자 대표 9명, 학계·시민단체 대표 등이 주축인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구조에서 공익위원 5명의 표심이 몰린 쪽이 최종 승자가 되는 구조다.
최저임금 결정권 쥔 공익위원 9인…'노동계 대부'와 긴밀한 위원장 가족관계 눈길
25일 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의를 이어갔다. 지난 8차 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2000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올해와 같은 1만32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격차는 1680원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심화시켜 고용 축소나 폐업 위기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 국민의 밥그릇이 걸린 사안으로 여겨진다.
최임위는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표자로 구성된 만큼 그동안 매년 팽팽한 대립이 반복돼왔다. 오랜 기간 노사 양측이 각자의 진영 논리를 고수하며 팽팽하게 맞서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실질적인 결정권은 공익위원 9명이 쥐는 구조가 지속돼 왔다. 현재 최임위의 공익위원에는 권순원 위원장과 임동희 부위원장 등을 비롯해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안지영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선임된 권순원 위원장은 서울대에서 사회학 학·박사 학위를,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한 노동경제학 분야의 전문가다. 권 위원장은 2021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그 과정에서 공익위원 간사를 맡아 노사 간 입장 차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한 조정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학계에서도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아왔다. 앞서 윤석열정부 시절엔 노동시장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제시하며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권 위원장의 배경 역시 학력이나 이력에 못지 않게 화려한 편이다. 권 위원장의 장인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다. 권 전 대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초대 및 2대 위원장을 지내며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주도했으며 현재도 민주노총 지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권 위원장의 장모 강지연 씨는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의 창업주인 고(故) 강의수 회장의 외동딸이다.
권 위원장의 배우자인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노동 및 경영 분야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권 교수는 현재 기획재정부 ESG 정책협의회 위원과 국토교통부 정책협의회 위원을 비롯해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및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정부 부처의 정책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권 위원장과는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인연을 맺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희 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 내 노동 정책 및 노사관계 현안을 두루 섭렵한 정통 노동행정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과거 노사관계지원 과장 시절 여러 노사 갈등 현장에서 조율 능력을 발휘했으며 2023년에는 지역산업고용정책과장으로서 지역별 고용 생태계 분석 및 정책 지원을 총괄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이행 추진단' 부단장을 역임하며 산업 현장의 안전·보건 체계 확립을 지휘했다. 현재 임 부위원장은 공익위원 부윈장직을 맡은 동시에 최임위 전체 상임위원직까지 겸직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과 의사결정 조율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임위는 총 27명의 위원 중 단 1명만을 상임위원으로 두고 있다.
노동·경제 외 젠더법, 여성분야, 특수고용자 등 각 분야 전문성 지닌 인물들 다수 포진
최임위의 나머지 공익위원들 역시 노동법, 사회복지,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그 중에는 노동 정책 실무를 경험한 인물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일례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노동법 및 젠더법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재 한국젠더법학회 대표를 맡고 있으며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및 고용정책심의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노동 행정 전반에서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박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젠더법학회는 여성주의 법학(페미니스트 법학)을 기반으로 성평등과 소수자의 인권을 연구하고 관련 정책과 입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학술 단체다. 최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된 정부부처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원민경 장관을 배출한 학회이기도 하다. 원 장관은 해당 학회에서 부회장직을 지낸 바 있다. 박 교수의 대표 논문으로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 기본법 제정에 관한 검토', '노동위원회 고용성차별 시정제도의 주요 쟁점에 관한 고찰' 등이 있다. 비정규직 보호, 노동조합의 활동 보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고용과 경력단절, 직업훈련, 모성보호제도 등을 연구해 온 노동시장 전문가다. 그동안 그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고용 유지, 경력단절 예방 등과 관련된 연구 활동에 주력해 왔다. 오 연구위원이 발표한 논문으로는 2017년 '취업지원서비스의 여성 고용유지 효과', 2021년 '출산·육아기 모성보호제도 활용이 여성 경력단절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이들 논문은 여성의 경제활동 안정화와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법을 전공한 학자로 근로시간 제도와 고령자 고용, 노동조건 개선 등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아 왔다. 특히 '포괄임금제와 근로시간의 기록'에 대해 연구·발표한 논문에서는 포괄임금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로시간 산정의 불명확성과 제도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실제 근로시간 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2020년 발표한 '일·생활 균형을 위한 근로시간저축제의 도입방향' 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과 일·생활 균형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한양대에서 법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노동·사회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사회보장과 복지국가, 기본소득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온 사회정책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관,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사회보장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왔다. 주요 연구로는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기본소득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한 '기본소득, 누가 왜 지지하는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축소 담론에 대한 탐색적 연구' 등이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사회보장 제도 강화와 소득 안전망 확충 방안이 주로 다뤄졌다. 노동시장 분석 전문가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현 원장 직무대행)은 노동 정책의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성 부원장은 20년 이상 한국노동연구원에 재직하며 임금 체계, 고용 구조 변화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최저임금 및 노동 정책이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온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국내 노동경제학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교수는 아시아·호주 노동경제학회(AASLE)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제 학술 단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도 AASLE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이 교수는 '최저임금, 고용, 그리고 사업 폐쇄' 논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과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사업체 폐업을 야기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지영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관리 분야의 전문가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노사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안 교수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조직 운영과 인사 관리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앞서 안 교수는 논문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전체 기업의 고용이 평균 약 3.5% 증가하며,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고용 증가 효과가 두드러졌으며 전체 고용 증가분의 상당수가 해당 규모의 기업에서 발생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위원 개개인의 전문성과 경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시각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는 구성인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 역시 중요하다"며 "공익위원들이 노동·고용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소비자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폭넓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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