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최승호 위원장 재신임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재신임을 계기로 최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확인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노조 지형이 사실상 DS(반도체)와 DX(완제품)로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내년 임금교섭부터 초기업노조가 DX와 분리해 DS 중심으로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사업부문별 각자도생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최 위원장은 30일 재신임안이 가결된 직후 "노동위원회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해 DS 부문의 교섭을 추진하겠다"며 "분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초기업노조 단독 교섭으로 DS 부문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의 무게 중심을 반도체 조직으로 완전히 옮기겠다는 선언이다. DS 부문 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사업부별 현안을 교섭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이는 최근 초기업노조가 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제안한 2027년 공동교섭을 거부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최 위원장은 "(내년부터는) 부문별 교섭이 될 수 있도록 하면서 DS 부문의 해결되지 못한 이슈를 우선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분리 교섭을 공식화했다.
반면 동행노조는 최근 DX 부문 전체 인력 약 5만1700명 가운데 2만6000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며 부문 내 단독 과반 지위를 확보했다. 초기업노조가 DS를, 동행노조가 DX를 각각 대표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내년 임금교섭은 부문별 교섭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균열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본격화됐다. DS 중심의 초기업노조가 주도한 잠정합의안이 난항 끝에 통과됐지만, 이후 DX 직원을 중심으로 성과급 격차와 소수 노조 투표권 배제 등을 문제 삼으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DX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형평성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초기업노조가 DS '올인'을 택한 것은 조합원 구성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한때 7만6000명을 넘기며 삼성전자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던 초기업노조는 최근 조합원 수가 5만5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동행노조는 DX 부문에서 빠르게 세를 키우며 부문 내 과반 지위를 확보할 정도로 몸집을 불렸다. 초기업노조가 전체 과반 확보보다는 자신들의 핵심 지지 기반을 중심으로 교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가 노조 지형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DS는 성과급과 처우 개선이 최대 현안인 반면, DX는 모바일·TV·가전 등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업 특성상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사업 환경이 다른 두 조직을 하나의 임금교섭 틀로 묶는 데 한계가 드러나면서 앞으로 부문별 이해관계를 앞세운 별도 교섭 양상과 함께 삼성전자 내부 분열 속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는 삼성전자 내부를 넘어 그룹 계열사로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조직 형태 변경 투표를 통해 초기업노조 탈퇴를 결정했고, 앞서 삼성전기 제1노조도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계열사별 경영 환경과 현안이 다른 상황에서 반도체 중심 의제를 우선하는 초기업노조 체제로는 실질적인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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