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일대에 목욕용품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20·30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목욕탕 체험과 목욕용품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확산되는 등 목욕탕이 새로운 경험형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덩달아 목욕용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청년들 사이에서 '목욕용품 성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남대문시장 해시태그는 약 13만8000건, #목욕탕은 약 8만건, #남대문은 27만4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과거에는 시장 먹거리나 쇼핑 정보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목욕용품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게시물을 살펴보면 단순한 목욕탕 이용 후기를 넘어 '남대문시장 목욕용품 추천', '목욕용품 쇼핑 리스트', '때밀이 타월 추천', '목욕바구니 구매 후기' 등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용자들은 직접 구매한 제품의 사용 후기를 올리는 것은 물론 추천 매장을 지도와 함께 정리하거나 가격 정보와 구매 팁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 남대문시장에서 구매한 목욕용품을 소개하는 일부 쇼츠 영상은 조회수 32만회를 넘기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목욕탕 열풍에는 사우나 전문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11만7000명을 보유한 '고독한사우너'는 전국의 목욕탕과 찜질방을 소개하며 청년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사우나 전문 크리에이터다. '내 돈 주고 흘린 땀만 리뷰합니다'라는 이른바 '내돈내땀' 콘셉트를 앞세워 혼자 조용히 사우나를 즐기는 감성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젊은 세대의 목욕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도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을 찾아 구매하는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SNS에서 입소문을 탄 대부분의 목욕용품은 2000~3500원 수준으로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인근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SNS 게시물을 보여주며 제품을 찾거나 양손 가득 목욕용품을 구매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기존 단골 고객들이 청년들에게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추천 상품을 소개하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상인들 역시 손님의 평소 샤워 습관이나 취향을 물어본 뒤 이에 맞는 때밀이 타월이나 샤워용품을 추천하는 등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현진 씨(23·여)는 "평소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목욕탕을 이용하는 문화를 좋아하지 않아 자주 찾지 않았다"며 "최근 SNS에서 목욕탕 관련 콘텐츠를 자주 접하면서 목욕용품에도 관심이 생겼고 꼭 목욕탕을 가지 않더라도 관련 물건들을 직접 구경해보고 싶어 남대문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SNS에서 추천한 가게들을 미리 캡처해 왔다"며 "때밀이 타월이나 샤워용품처럼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직접 보고 하나쯤 구매해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재은 씨(41·여)는 "아이 옷을 사러 왔다가 목욕용품 상가가 눈에 띄어 함께 둘러보게 됐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어떤 제품이 인기인지 궁금해 샤워캡과 때밀이 타월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집에서 반신욕과 목욕을 자주 즐기는 편인데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서 새로 산 용품들을 직접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상인들 역시 목욕 관련 콘텐츠가 SNS에서 확산된 이후 시장을 찾는 방문객의 연령대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에서 목욕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대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예전에는 매장에서 추천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 젊은 손님들은 SNS에서 본 사진이나 게시물을 보여주며 특정 제품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색상, 브랜드까지 미리 비교해보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판매 방식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때밀이 타월이나 샤워타월 정도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샤워캡, 때밀이 비누, 두피 마사지기 등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들을 함께 구매하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목욕 문화의 유행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부모 세대에게는 익숙했던 목욕탕 문화가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 용품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층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경험 자체를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목욕탕 역시 단순히 씻는 공간이 아니라 휴식과 자기관리, 레트로 감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웰니스(Wellness) 문화가 확산되면서 목욕 자체를 하나의 취미이자 힐링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목욕용품 구매와 관련 시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소비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