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AI 평준화 시대…콘텐츠 경쟁력은 설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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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AI 평준화 시대…콘텐츠 경쟁력은 설계로

뉴스컬처 2026-06-30 15:58: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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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콘텐츠 산업의 경쟁 구도가 다시 짜이고 있다. 한때 핵심 변수로 여겨졌던 생성형 AI의 성능 경쟁은 점차 평준화 단계에 접어들고, 관심은 기술 자체보다 ‘활용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그것을 어떤 구조 속에서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변화의 중심에는 ‘설계’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스토리와 데이터, 그리고 AI를 각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 세 요소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방향과 완성도가 달라진다.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과거 콘텐츠 산업은 비교적 명확한 순서를 따랐다. 기획과 제작이 먼저 이루어지고, 시장의 평가는 그 이후에 따라왔다. 흥행 여부는 공개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었고, 실패의 비용은 고스란히 제작사가 감당해야 했다. 이 구조에서는 경험과 직관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순서가 뒤집히고 있다. 제작 이전 단계에서부터 시장 반응을 예측하고, 데이터를 통해 가능성을 점검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관객의 소비 패턴, 장르 선호도, 플랫폼별 반응 등을 분석해 콘텐츠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시나리오 생성이나 이미지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하는 ‘판단 보조 장치’로 기능한다. 창작을 대신하기보다, 창작의 선택지를 넓히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데이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획일화된 콘텐츠가 만들어질 위험이 있고, 반대로 이를 배제하면 시장과의 간극이 커질 수 있다. 스토리의 창의성과 데이터의 객관성, AI의 효율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IP 전략에서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려면,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 시장을 고려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특정 국가에서의 흥행을 넘어, 여러 플랫폼과 장르로 확장 가능한지를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숏폼 콘텐츠, 게임, 출판 등으로 이어지는 ‘멀티 포맷 확장’이 일반화되면서, 콘텐츠는 더 이상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각 시장의 반응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AI는 이를 빠르게 검증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이러한 변화는 제작 환경 자체도 바꾸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 중심이었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축적하고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축적된 정보가 다음 프로젝트의 기획과 의사결정에 다시 반영되면서 일종의 학습 구조가 형성된다.

사진=이오콘텐츠그룹
사진=이오콘텐츠그룹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이어가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이오콘텐츠그룹은 최근 스토리 기획부터 시장 검증, 제작, 글로벌 확장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제작 이후가 아니라 이전 단계에서 콘텐츠의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접근이다.

이와 함께 이오콘텐츠그룹은 축적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장르와 포맷의 경계를 넘나드는 IP 확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출발한 스토리를 마이크로 시리즈, 출판, 게임 등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초기 기획을 진행하며, 각 단계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개별 작품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확장 가능한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실제 이오콘텐츠그룹은 드라마 ‘밤이 되었습니다’, ‘나의 완벽한 비서’, ‘견우와 선녀’, ‘블러디 플라워’와 영화 ‘백수아파트’, ‘강령:귀신놀이’, ‘포커스’, ‘지하도’ 등을 선보이며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TV 시리즈와 영화 영역을 오가며 축적한 제작 경험은 다양한 포맷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증해온 사례로 평가되며, 이러한 축적이 현재의 IP 확장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효율성 개선을 넘어선다. 반복되는 데이터 분석과 피드백을 통해 프로젝트의 정확도를 높이고, 실패 확률을 줄이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콘텐츠 제작이 경험 중심 산업에서 점차 예측 가능성을 갖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모든 콘텐츠를 데이터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예상 밖의 흥행이나 새로운 흐름은 여전히 존재하며, 창작의 영역은 완전히 수치화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시도는 산업 전반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일수록 사전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제작의 속도와 방향을 동시에 바꾸는 요인이 된다.

결국 콘텐츠 산업은 지금, 감각과 분석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 스토리의 힘을 유지하면서도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구조. 이 세 요소를 유기적으로 엮는 설계 능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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