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방풍죽·제주의 전복…밥상으로 기록한 '삶의 지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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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방풍죽·제주의 전복…밥상으로 기록한 '삶의 지도'(종합)

연합뉴스 2026-06-30 15:46: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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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한국 食 문화 조명한 '우리들의 밥상' 내일 개막

3천년 전 불에 탄 볍씨부터 옛 문헌·그림까지 684점 한자리에

'음식 없는 음식 전시' 눈길…"비빔밥 작전으로 잘 버무린 자리"

조선 미식가의 맛 기록 조선 미식가의 맛 기록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 허균의 '도문대작', '성소부부고'가 전시되어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스러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허균 '도문대작' 중에서)

1611년 지금의 전북 익산에 머무르던 허균(1569∼1618)은 상념에 빠진다.

과거 시험 부정 사건에 연루돼 유배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글재주와 넓은 학식으로 이름을 떨친 그였으나, 타지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밥상 위에는 거친 밥이 올랐고, 반찬도 변변치 않았다.

'도마 위의 굴비'와 '도마 위의 감자 '도마 위의 굴비'와 '도마 위의 감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박수근의 '도마 위의 굴비'와 '도마 위의 감자'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허균은 지난날 기억을 떠올리며 붓을 들었다. 외가가 있는 강릉의 방풍죽, 보은의 대추, 한강의 뱅어, 제주의 전복… 머릿속으로 푸짐한 한 상이 펼쳐졌다.

총 178종의 음식과 식재료를 담은 글의 제목은 '도문대작'(屠門大嚼).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신다, 허균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제목이다.

무언가를 '먹는' 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한 끼 식사 안에 담긴 문화와 역사,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7월 1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다.

K-푸드의 뿌리 첫 조명…박물관이 차린 우리들의 밥상 K-푸드의 뿌리 첫 조명…박물관이 차린 우리들의 밥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30일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매일 당연하게 마주해 온 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을 다시 보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어 왔는지 조명한다.

그 시작점은 쌀이다. 경기 여주 흔암리에서 출토된 작은 볍씨는 청동기시대 집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3천년 전 흔적으로 추정된다.

전시를 기획한 김민철 학예연구사는 불에 탄 볍씨가 바닥에서 출토됐다며 "벼농사가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의 밥상'에서 만나는 김홍도의 작품 '우리들의 밥상'에서 만나는 김홍도의 작품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김홍도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식기류, 조리 기구 등이 눈길을 끈다.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의 무덤에서 출토된 청동 숟가락과 젓가락, '죽은 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글이 새겨진 젓가락, 머그잔을 닮은 토기 등이 전시된다.

그중에서도 도마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부산 기장군 고촌리에서 출토된 나무 도마는 삼국시대 유물로, 지금으로부터 약 1천700년 전인 약 3∼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도마 옆으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박수근(1914∼1965)이 1952년에 그린 '도마 위의 감자', '도마 위의 굴비' 두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담긴 도마다.

옛 그림에 담긴 먹는 모습은 당시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실에는 김홍도(1745~1806 이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1754∼1822)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3점이 놓여 있어 각각의 밥상을 비교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팔도 방방곡곡의 먹거리를 다룬 부분은 흥미롭다.

17세기 조선 미식가의 맛 기록이었던 허균의 '도문대작', 제주 감귤을 포장해 당시 한양으로 올리는 모습을 담은 그림 등이 소개된다.

이애령 학예연구실장은 "'도문대작'에는 다양한 지역과 음식, 식재료에 대한 허균의 관심이 엿보인다"며 "백성의 삶에 귀 기울인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청어·방어·복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주 서봉총 출토 큰 항아리, 천마총에서 발견된 조류 알 10여 개 등도 전시된다.

각종 해산물이 담긴 큰 항아리 각종 해산물이 담긴 큰 항아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각종 해산물이 담긴 큰 항아리 등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식문화를 다루긴 하지만, 사실상 '음식이 없는' 전시다.

전시는 구체적인 음식 모형을 보여주기보다는 옛 문헌이나 그림에 담긴 음식, 혹은 음식 관련 기록을 쉽게 풀어낸 영상 등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문인 이옥(1760∼1815)이 '백운필'(白雲筆)에서 소개한 쌈을 싸 먹는 방법은 영상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오른손으로 상춧잎 양쪽을 말아 단단히 오므리는데, 마치 연밥처럼 둥글게 한다. 이제 입을 크게 벌리는데 잇몸을 드러내고 입술을 활처럼 펼쳐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이번 전시를 위해 박물관에 차려진 '밥상'은 한 상 가득하다.

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과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충남 태안 마도 출수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등 보물 5점을 포함해 총 684점을 모았다.

고고·역사 유물뿐 아니라 박수근의 '봄', 장욱진(1917∼1990)의 '독', 변월룡(1916∼1990)의 '어머니' 등 한국 미술사를 채우는 여러 작품도 나왔다.

전시는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찾아보며 찬찬히 보는 게 좋다.

한국인의 삶이 담긴 밥상 한국인의 삶이 담긴 밥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맛을 표현한 의성어·의태어 설명, 토기를 활용한 '밥 짓기' 실험 영상, 배우 류수영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품 21점을 설명한 해설도 도움이 된다.

유홍준 관장은 "그간의 전시와 달리 한국의 식문화에 담긴 사상, 문화, 예술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자리"라며 "비빔밥 작전으로 어마어마하게 버무렸다"고 말했다.

개막일인 7월 1일부터 5일까지는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10월 25일까지.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 참석한 유홍준 관장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 참석한 유홍준 관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6.30 jin90@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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