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홍명보 전 감독을 향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48개국 확대 체제에서도 32강에 오르지 못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도 끝내 결과로 덮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직전 멕시코 현지에서 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다만 지난달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귀국장에서 나온 일부 야유는 비판의 목적을 되묻게 했다. 홍명보 감독과 일부 선수들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에는 팬들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몰렸다. 현장에서는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한국에서 꺼져”, “여기서 못 산다”는 말도 나왔다. 홍명보 감독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의 월드컵 실패는 분명했다.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0-1로 졌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던 남아공전 패배는 팬들에게 더 큰 실망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의 경기 운영,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는 모두 따져볼 사안이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일과 모욕을 쏟아내는 일은 구분될 필요가 있었다. 이미 현지에서 사퇴를 발표한 사람에게 다시 “나가라”고 외치는 장면은 요구의 방향이 선명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입국장을 벗어난 뒤 곧바로 대표팀 버스가 아닌 다른 차량에 올라 공항을 떠났다. 그럼에도 팬들과 유튜버들은 대표팀 버스를 향해 “홍명보 나오라”고 소리쳤다. 홍명보 감독이 타고 있지 않은 차량을 향한 공허한 외침이었다.
그 순간 야유는 책임 추궁보다 분노의 배출에 가까워 보였다. 홍명보 감독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경기 운영과 선임 논란, 월드컵 실패에 관한 것이어야 했다. 협회에도 감독 선임 과정과 기술 행정의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귀국장 일부 구호는 그런 질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표팀 선수들을 향한 반응은 달랐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은 고생했다”, “선수들은 비난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선수단을 향한 격려와 감독, 협회를 향한 비판이 같은 공간에서 갈라졌다. 팬들이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지는 분명했다. 그래서 일부 표현의 수위는 더 씁쓸함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의 실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결과는 냉정했고, 선임 과정 논란을 감수하고도 성과로 증명하지 못한 책임도 남았다. 한국 축구가 48개국 월드컵에서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한 결과는 감독 한 명의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 협회와 기술 행정 전반이 답해야 할 문제다.
12년 전 6월 30일, 2014 브라질 월드컵 마치고 귀국했던 홍명보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엿을 받았다. 12년 뒤 같은 날짜에 돌아온 공항에서는 엿 대신 야유가 쏟아졌다. 공항에 남은 일부 구호는 한국 축구가 물어야 할 책임의 구조보다 이미 물러난 한 사람을 향한 분노의 장면을 더 크게 남겼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