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과 핵심 인프라 사업 협력하려면 호주와 사전 협의해야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가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중국 등 외국의 군사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는 경제·안보 협정을 바누아투와 체결했다.
30일(현지시간) 호주 정부에 따르면 전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조탐 나팟 바누아투 총리는 호주 캔버라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나카말 협정'을 체결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바누아투 영토가 외국군의 기지나 기반시설(인프라)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호주는 바누아투의 항만·디지털·항공·에너지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고, 바누아투는 이런 인프라를 외국의 간섭이나 군사화, 무단 접근으로부터 보호하기로 했다.
호주는 아울러 바누아투에 경찰 훈련·장비, 치안 활동, 해양 안보, 사이버 안보, 정보협력 등 분야에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바누아투는 호주를 '오랜 주요 치안 파트너'로 인정하고, 자국이 속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호주 등 17개 국가·지역과의 치안 협력을 우선시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바누아투는 앞으로 핵심 인프라 사업에서 중국 등 '제3자'와 협력을 고려할 경우 호주와 협의를 거치게 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협정 서명 후 기자들에게 "이번 협정은 바누아투의 가장 크고 포괄적인 경제·안보·개발 파트너로서 호주의 역할을 반영하고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 "이번 협정은 외국 군 기지가 (바누아투에)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호주에 제공한다"면서 "우리의 집단적·개별 국가적 안보와 주권을 보호할 균형 잡힌 협정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나팟 총리는 이번 협정이 "상호 존중과 신뢰,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태평양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바탕으로 양국 간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지속하고 강화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작년 8월 양국은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협정이 중국 투자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바누아투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실제 체결이 지금까지 늦춰졌다.
당초 협정 초안에는 호주가 바누아투의 핵심 인프라 사업에서 제3자의 참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후 협상을 거쳐 최종 협정문에는 해당 조항이 빠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또 초안에 따르면 호주는 바누아투에 향후 10년간 5억 호주달러(약 5천32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이번에 체결된 협정에는 투자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다.
바누아투는 지난 수년간 중국의 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를 받아들이면서 최대 채권국이 된 중국과 밀착해왔다.
이에 호주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바누아투와 협력 강화에 나섰고, 2024년 바누아투에서 친중 성향인 샬럿 살와이 총리를 밀어내고 현 나팟 총리가 집권한 이후 두 나라 협상이 진전된 끝에 이번 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한편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협정에 대해 "관련 국가와 태평양 도서국 간의 협력이 섬 지역의 발전과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면서 "제3자를 겨냥하거나 지정학적 경쟁의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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