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입 닫은 홍명보, 국민을 '졸'로 봤나? [2026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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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입 닫은 홍명보, 국민을 '졸'로 봤나? [2026 월드컵]

경기일보 2026-06-30 14:45: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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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사퇴한 홍명보 전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퇴한 홍명보 전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년이 훌쩍 넘는 한국 축구 역사에 역대급 참사를 일으키고도 끝내 말이 없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홍명보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터넷에 홍 감독에 대한 신변 위협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입국 현장엔 100명 가량의 경찰관이 배치되기도 했다.

 

새벽 2시부터 몰려든 팬들의 엄청난 고함과 야유 속에 모습을 드러낸 홍 감독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도 열었던 월드컵 대표팀 귀국 행사는 이번엔 아예 없었다. 당시 입국장에선 팬들이 '엿'을 던지며 조롱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엿’은 등장하지 않았다.

 

한 축구팬이 홍명보 감독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 축구팬이 홍명보 감독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홍명보 나가", "연봉 반납하라"를 비롯한 고성과 욕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줄곧 소란스러웠다.

 

입국장에서 팬들과 선수단의 동선이 철저히 분리된 가운데 사전에 지정된 일부 취재진이 홍 감독의 주변에서 함께 이동하며 '팬들에게 하실 말씀 없나' 등 질문을 건넸지만 홍 감독은 입을 굳게 닫았다.

 

일부 팬은 "홍 감독이 사퇴를 발표하는 멕시코 현지 기자회견에서도 질의 응답을 받지 않고 이날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성과 욕설이 뒤섞인 가운데 홍 감독과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갔고, 팬들은 선수들이 탄 차량과 협회 관계자들이 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비난을 이어갔다.

 

1998년 월드컵에서 전격 경질된 뒤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차범근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TV 화면 캡쳐
1998년 월드컵에서 전격 경질된 뒤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차범근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SBS 보도 화면 캡쳐

 

역대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만큼이나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인물이 바로 차범근 감독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5-0 참패를 당하자 차범근 당시 대표팀 감독은 현지에서 전격 경질되는 치욕을 맛봤다. 한국 사령탑이 월드컵 조별리그가 끝나기도 전에 경질된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벨기에와 3차전이 남은 가운데 조기 귀국한 차 감독은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성원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망과 아픔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아픈 실패를 경험 삼아 마지막 경기(벨기에전)에서 1승의 벽을 진심으로 넘어주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국민들께서 격려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우리 선수들이 한마음이 돼서 힘을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격 경질에 대해서는) 협회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본다. 감독을 경질하는 것이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다 생각한다."

 

차범근과 홍명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 호된 비판을 받은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이후 이들의 태도는 서로 달랐다.

 

축구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 감독은 공인이다. 대표팀에게는 국민적 관심은 물론 각종 국가적 지원도 뒤따른다.

 

따라서 지도자는 국민에게 월드컵 결과에 대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끝까지 이를 저버렸다.

 

과달라하라에서 일방적으로 읽은 2분 15초짜리 사퇴문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 국민을 완전히 ‘졸’로 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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