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분기 컬리가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냈을 때 일각에선 비용 감축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컬리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창사 이래 최초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엔 영업이익률을 3%대까지 끌어올렸다.
허태영 컬리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는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객 경험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물류와 배송의 비효율을 걷어냈고 규칙(rule·룰)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흑자를 지속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고 자신했다.
|
◇물류, 내재화 넘어 경쟁력 강화 고삐
허태영 COO는 컬리의 흑자 전환 기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물류 내재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가 컬리에 합류한 2020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컬리가 밀려드는 주문을 외주 물류업체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던 때였다. 그는 “컬리 철학 1번은 품질인데 물류와 배송을 외부에 맡기면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물류와 배송은 컬리의 경쟁력이기에 직접 오너십을 갖고 주도할 수밖에 없었고 관련 노하우 내재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컬리의 물류 효율화 작업은 데이터를 쌓는 데부터 시작했다. 주문 물량에 따른 처리 인력 수, 공정별 인력 배치 등과 같이 수집한 데이터는 규칙을 정하는 기반이 됐다. 규칙이 확립된 이후엔 사람이 하던 물리적 판단을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고도화 작업이 뒤따랐다. 종이를 들고 일일이 눈으로 상품을 찾던 집품(picking) 방식은 바코드로 상품을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대체됐다. 머신러닝 인공지능(AI)으로 집품 동선, 인력 배치 등을 최적화하는 작업도 이어졌다.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룰 세팅과 시스템을 통한 작업, AI를 활용한 최적화 등 3단계를 거쳐 효율을 극대화해왔다”며 “수년 동안의 효율화 작업으로 영업이익률 5%포인트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시작한 ‘자정 샛별배송’도 컬리의 물류 효율을 높였다. 자정 샛별배송은 전날 밤 11시부터 당일 오후 3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밤 12시 전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낮 시간대 주문이 늘면서 클러스터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허 COO는 전했다.
이렇게 진화한 물류 경쟁력은 직매입(1P)에 집중하던 컬리에 판매자 배송(3P)와 풀필먼트 서비스(FBK) 사업 가능성을 열어줬다. 3P는 판매자가 컬리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배송하는 형태다. 컬리는 패션과 생활 분야로 상품군을 확대하면서도 매입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성장 유지와 비용 절감 모두 달성한 셈이다.
흑자 달성을 두고 그는 “고객 경험과 성장 속도를 희생하지 않으려 어려운 길을 택했다”며 “표면적으론 물류가 흑자 기반이 됐다고는 하지만 3P, 뷰티컬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매출액 규모가 커졌고 고객 서비스에선 반품·환불처럼 단순한 요청을 자동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비용을 낮추는 등 모든 부서의 노력이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
◇“피지컬AI 시대도 대비”
컬리의 성장은 네이버와 손잡으며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해 시작한 ‘컬리N마트’는 3월 거래액이 사업 초기보다 9배 증가했다. 네이버 물류네트워크(NFA)에도 합류하며 제3자물류(3PL)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3PL 사업을 위해 마련한 안산 클러스터는 NFA 물량 증가로 면적을 넓히고 있다.
허 COO는 “컬리N마트는 카니발라이제이션(제 살 깎기) 우려가 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컬리를 이용하지 않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고, 네이버도 장보기로 쇼핑 서비스를 활성화하면서 양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었다”며 “NFA는 물류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외부 고객에 제공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봤다.
흑자를 위한 체질 개선을 끝낸 컬리는 이제 ‘AI 네이티브(native) 기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달 초 AI 솔루션 기업 원지랩스를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미 컬리 곳곳에 AI가 뿌리 내렸다. 현재 김포·평택 물류센터에선 AI 선별기를 통해 사과, 참외 등 신선식품 80여종을 검품하고 있다. 연내 검품 대상을 100여종으로 늘리고 향후 비(非)신선식품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집품 자동화를 목표로 클러스터 내 자율주행로봇(AMR)이 시험 중이다. 연내 지능형 컨택센터(AICS) 구축이나 발주·재고 관리 등 AI 기반의 운영 효율 개선 작업도 진행된다.
특히 허 COO가 주목하는 건 피지컬 AI다. 3년 안에 일반화해 현장에 적용될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피지컬 AI는 물류와 배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고 이를 잘 활용하려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효율뿐 아니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걸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