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110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액도 처음으로 22조원을 넘어섰고 연체율은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예고한 가운데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조6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사업자대출은 745조5000억원, 가계대출은 350조원을 차지했다. 사업자대출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645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7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대출자 수도 함께 줄면서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말과 같은 3억9000만원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 말 다중채무자는 163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를 합쳐 3개 이상인 차주로, 추가 대출이 어려운 취약 차주로 분류된다.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은 더욱 악화됐다.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전체 연체액은 2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1분기 2.04%로 상승했다. 이는 2015년 2분기(2.08%) 이후 약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저소득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소득 하위 30%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5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7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 역시 2.13%로 상승해 2015년 말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도 744조9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연체율은 1.60%로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3.64%로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취약 차주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는 연체율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2.79%로 지난해 말보다 0.8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이어졌던 2015년 1분기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드사와 캐피털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3.98%로 높아지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2금융권 전체 연체율은 5.38%로 지난해 말보다 0.8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취약 차주 비중이 높은 업권일수록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차주 1인당 평균 56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3조6000억원, 0.75%포인트 상승하면 5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취약 차주인 다중채무자의 부담은 더욱 크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다중채무자의 이자 부담은 1조1000억원 증가하며, 1인당 연간 부담은 65만원 늘어난다. 금리가 0.75%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3조2000억원, 1인당 부담은 195만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향후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거나 서비스업 경기가 둔화할 경우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영업 부문의 건전성 악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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