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D등급…"구성원 의견 수렴 후 통합 방안 결정"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박건영 기자 =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가 최대 5년간 국비 1천억원을 지원받는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대학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대학에 선정됐으나, 정부 재정 지원이 끊길 위기에 놓이면서 향후 통합을 추진할 동력이 흔들리게 됐다.
양 대학은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쳐 통합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년째 통합이 지연돼 학내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글로컬 대학 성과평가 결과에 따르면 충북대·교통대는 '혁신과제 이행 미흡·지연'을 이유로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글로컬 대학 성과관리 강화 방안'에 따른 지정취소 요건은 D등급 2회 누적인데, 두 대학은 지난해 7월에도 통합 진척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D등급을 받은 터라 이의 제기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된다.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 대학은 다음 달 10일까지 한국연구재단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평가 등급은 심의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된다.
이번 평가에서도 양 대학은 통합을 위한 학사·조직체계 개편, 캠퍼스 특성화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양 대학은 통합 신청 3년 만인 최근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학 내 심의 등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통합 추진이 매끄럽지 않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막판에 제출한 통합 계획에서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두 대학은 공통으로 운영 중인 8개 학과(국어, 중국어, 영어, 기계공학, 화학공학, 도시교통, 반도체신소재, 식품공학)만 청주 캠퍼스로 합치기로 했을 뿐 나머지 30개 유사 학과는 구성원 반대에 부딪혀 통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양 대학은 지역 주력 산업인 이차전지·바이오·반도체·모빌리티(BBCM)를 중심으로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추진 일정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
재학생들의 졸업장 표기 문제를 둘러싼 갈등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통합 전 입학한 재학생의 졸업장에 통합 대학 명칭을 쓸지, 입학 당시 학교명을 유지할지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부 학과가 청주 캠퍼스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충주 지역의 공동화 현상 우려는 지역사회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충북대·교통대 통합 반대 비대위원회 관계자는 "두 대학이 추진하는 통합은 화학적인 융합이 아닌 기계적인 융합"이라며 "유사 학과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학생들 입장에선 충주보다 대도시인 청주를 선택하지 누가 충주에 남겠느냐"고 토로했다.
민선 9기 시정을 챙기게 될 이동석 충주시장 당선인은 교통대 총동문회 등의 요청에 따라 일방적인 통합 절차가 진행될 경우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에 공동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양 대학은 이번 글로컬 평가 D등급 결정이 통합 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애써 수습하며 구성원 의견을 수렴한 뒤 통합 추진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 선언 초기부터 학생, 교수, 교직원 간 갈등을 겪어온 데다 수년째 지지부진한 통합 절차가 이어지면서 학내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교통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 석사생은 "처음에는 두 대학의 미래를 위해 통합을 응원하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갈등이 몇 년째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사실상 양 대학 모두 원하지 않는 통합을 이렇게까지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충북대 한 교수는 "아직 통합 문제를 두고 양 대학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향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군다나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정부 지원금마저 끊기게 되는데 막대한 예산이 드는 통합을 두 대학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잘라 말했다.
'글로컬 대학 30'은 2027년까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할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대학당 5년간 1천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 11월 두 대학은 물리적 통합을 전제로 교육부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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