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반대론’, 핵심 쟁점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슈체크]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반대론’, 핵심 쟁점은

한스경제 2026-06-30 14:10:00 신고

3줄요약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왼쪽부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왼쪽부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800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공정 반도체 팹(공장)을 구축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29일 공식 발표됐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기치를 내세우며 밀어붙인 초대형 프로젝트이지만 전력과 용수, 인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등 반도체 산업의 현실적 조건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 재생에너지만으론 역부족…송전망도 수용 한계

정부가 호남을 반도체 클러스터 적합지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는 전력 수급이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남의 전력 자립도는 215%(2025년 기준)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호남 발전량의 47%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는 낮에 출력이 치솟다가 밤에는 급감하는 간헐성 문제를 안고 있어 24시간 무중단 가동이 필수인 반도체 팹에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전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호남권 345kV 송전선로 13곳 가운데 12곳이 2026~2030년 수용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발전 용량은 넉넉하지만 이를 대규모 산업단지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물리적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유일한 기저전원인 한빛원전도 변수다. 영광 한빛 1호기는 지난해 말 설계 수명이 종료돼 이미 가동을 멈췄고 2호기도 오는 9월 운전 중단이 예정돼 있다. 3~6호기 역시 2034년부터 순차적으로 설계 수명을 넘기게 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이순형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독자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며 기존 전력계통에 통합해 운용되므로 신재생에너지로 인해 간헐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전력망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간헐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호남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이미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 원전 계속운전 등을 병행 추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 주암댐·섬진강댐 이미 계약률 100%…’초순수’ 공급 난항

용수 확보 문제도 거론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영산강·섬진강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114억㎥으로 한강권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더 심각한 것은 섬진강댐과 주암댐의 용수 계약률이 이미 100%에 달해 여유 수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팹 1기에는 하루 약 15~20만톤 규모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공정 세척과 불순물 제거는 물론 클린룸의 온·습도 유지에도 막대한 물이 소비된다. 팹 4~5기 규모의 클러스터라면 하루 60~100만톤의 공업용수가 필요한 셈인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연간 필요 공업용수(3.9억㎥)는 영산강·섬진강의 연간 공업용수량(3.1억㎥)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해 수량도 문제지만 수질도 안 좋은 상황”이라며 반도체용 초순수 정제를 위한 구체적인 공급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업용 저수지 용도 전환, 댐 증고(높이 올리기), 미사용 잉여 물량 활용 등을 통해 하루 100만톤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섬진강댐과 주암댐 등 영산강·섬진강 유역 내 7개 댐의 총저수 용량 15억톤을 정밀 조정해 하루 337만톤에 달하는 공급 가능 용량 중 여유분을 재배분한다는 구상이다.

통합용수공급사업과 도수관로 신속 건설, 다목적댐 연계 시스템을 가동해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양적·질적 안정성을 모두 갖춘 물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연합뉴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연합뉴스

▲ ‘인재 남방한계선’과 소부장 공백 우려

인력 수급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수도권 이남으로 우수 인재가 이동하지 않는 이른바 ‘인재 남방한계선’은 업계의 고질적인 고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생산기술 인력 대다수가 이미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재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영재고, AI 융합대학 등 인재 양성 인프라를 호남 지역에 집중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역 사회에서도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가 손을 맞잡고 미래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한국형 리서치 트라이앵글' 협력망을 구축하고 나섰다.

소부장 업계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호남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은 경기 용인·평택, 이천,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형성돼 있는 반면 호남 지역의 협력사 집적도는 극히 낮다.

장비 업계에서는 호남에 신규 팹이 들어서더라도 대부분의 소부장 기업이 생산 시설까지 함께 이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수도권 생산라인을 유지하면서 추가 투자까지 감당하기에는 금전·인력 모든 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나 브롬·헬륨 등 특수 가스는 장거리 운송과 장시간 보관에 제약이 있어 공급망 안정성이 생산성과 직결된다. 팹 공장만 있고 주변 생태계가 없는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도로, 용수, 전력, 인력, 문화, 교육, 주거 등 정주 여건과 기반시설을 과감하고 충분하게 지원한다면 호남은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중심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앵커 기업이 자리잡으면 인재와 소부장 기업까지 함께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정부 지원의 실행 속도와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반도체 업황 사이클도 변수

앞서 제시된 과제들을 해결하고 계획대로 호남 지역에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고 해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는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 국면이지만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한 산업이다. 수백조원의 투자가 업황 하강 국면과 겹칠 경우 착공·완공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는 규모보다 실행의 속도와 추진력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전력망 증설과 용수 확보, 소부장 생태계 조성,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4대 과제를 정부가 얼마나 빠르고 구체적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국가 산업 지형도를 바꿀 ‘기회’가 될 수도, 수백조원이 증발하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도권의 높은 토지 비용과 제한된 인프라 여건을 고려할 때 지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며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남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드는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이번 사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