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홍명보(57) 감독의 퇴장은 초라했다. 박수 대신 욕설이 난무했다.
지난달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의 책임을 안고 귀국한 홍명보 감독을 기다린 건 환영 인파가 아니었다. 밤을 새워 공항을 찾은 300여 명의 축구 팬이 분노를 쏟아냈다.
“한국축구는 죽었다”, “홍명보 돈 뱉고 나가”, “축협 완전 해체”라는 걸개가 내걸렸고,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영정 사진까지 등장했다. 한국 축구의 씁쓸한 현주소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오전 3시 51분께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홍명보 감독은 욕설과 고성 속을 걸었다. 32강 진출이 좌절된 지난달 2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입장문 낭독으로 사퇴를 발표하고 사태를 갈음하는 형세라 팬들의 노여움은 더 커 보였다.
입국 현장에서 사과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현장에서도 취재진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분노 가득한 팬들의 ‘사자후’도 그에게 닿지 않았다. 2년 전 호기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쥔 홍 감독의 마지막 모습은 쏜살같이 공항을 빠져나가 차에 탄 것이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선수’ 홍명보는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과 한국축구의 새 역사를 썼고, 당시 주장으로 국민적 영웅이 됐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사령탑으로 역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기며 성공 신화를 썼다.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 범국민적 사랑을 받은 몇 안 되는 축구인이었다.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본 홍명보 감독은 울산 HD의 리그 2연패(2022·2023)를 이끌며 재기했지만, 2024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며 지지받지 못했다.
‘원팀’을 강조한 그는 지난 2년 동안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세계 축구가 압박과 전환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화했지만, 홍명보호 2기가 출범하면서 도리어 한국축구가 퇴보했다는 악평만 쌓였다. 우려는 1승 2패 최종 34위, 조별리그 탈락이란 초라한 성적표로 나타났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에 두 번이나 나서서 모두 실패한 최악의 사령탑으로 남게 됐다.
영웅이기에 실망도 더 컸다. 욕설과 침묵으로 얼룩진 그의 마지막 대표팀 귀국길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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