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삼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이 맞물리면서 ESS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당긴 전력 수요…ESS 구축 수요 급증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대형 산업시설의 전력망 연결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규모 연산 시설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ESS 구축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중심이었던 배터리 수요가 전력 저장장치(ESS)와 산업용 전원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면서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을 활용해 ESS용 배터리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대규모 생산하는 비중국계 업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다만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연간 매출은 23조6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3461억 원으로 133.9% 증가했다. 동기 4분기에는 매출 6조1415억 원, 영업손실 1220억 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북미 전기차 판매와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과 ESS 시장 비수기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수익성 개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와 테네시 공장 등을 중심으로 생산 전략 조정에 나섰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시장 상황에 따라 ESS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ESS 시장 수주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시설 일부를 ESS용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LFP 배터리 양산 체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안전성을 앞세운 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양극재 품은 소재사도 체질 개선…원가 절감, 품질 경쟁력 확보
배터리 업체들의 변화는 소재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LFP 양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삼원계 생산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과 공급망 재편이 국내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가 절감과 품질 경쟁력 확보가 향후 북미 시장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이던 배터리 시장이 ESS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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