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미사·다른 교파 배척 등 전통주의 분리행보 급물살
내달 1일 주교 서품시 파문…"획기적 사건" 보수신자들 기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교황청과 전면적 결별을 예고한 가톨릭 내 전통주의 파벌이 자체적 사제 서품을 강행해 교회 분열이 심화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성 비오 10세회'(SSPX)는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 신학교 근처에서 사제 5명, 부제 3명의 서품식을 거행했다.
이번 예식은 이틀 뒤인 다음 달 1일 예정된 새 주교 4명의 자체 서품식을 앞두고 열려 주목받았다.
교황 승인이 없는 주교 서품은 교황청에 불복종하는 교회분열 행위로 규정돼 파문(성직 수행·성사 참여 등 영적 권리 정지)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 비오 10세회는 1962∼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도입한 가톨릭 현대화에 반대해 1970년 마르셀 르페브르(프랑스) 주교가 세운 단체다.
이들은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는 등 엄격한 전례적 전통을 강조하고 개신교 등 다른 교파와 화합하자는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즘)도 거부한다.
성 비오 10세회는 1988년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 4명을 서품했다가 집단 전체가 파문을 자초하는 등 분리주의 성향을 노출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9년 파문을 철회함에 따라 교황청과 대화의 물꼬를 텄으나 이번에 다시 자체 서품 계획으로 결별의 문턱에 섰다.
레오 14세 교황의 만류에도 성 비오 10세회는 사제 서품을 집전할 수 있는 주교가 모자란다며 서품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 비오 10세회 소속의 베르나르 펠레이 주교는 "교황청과 전혀 소통이 안된다"며 "우리는 교회의 수 세기 전통을 그대로 지킬 뿐"이라고 말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최근 취재진을 만나 "교회 내에서 교감하며 살아가자"며 "그들이 결단하면 유감이지만 후속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과의 공식 결별을 앞두고 열린 이날 서품식에는 극보수 전통주의 성향을 지닌 신자 수천 명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었다.
교회의 분열이 심화하는 양상을 지켜본 이들 평신도는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새뮤얼 푸츠(26·미국)는 "우리 시대 가톨릭에 획기적 사건"이라면서도 "교황청의 강력한 반발이 마음 아프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사벨 마수다(65·아르헨티나)는 중국 정부의 자국 내 주교 선택을 묵인하면서 성 비오 10세회의 서품은 왜 반대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성 비오 10세회는 전 세계 75개국 이상에서 사제 750여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종하는 평신도들의 수는 5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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