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추진해 왔다.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이다. 과거 3대 특검과 2차 종합특검에 이어 출범 가능성은 커졌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 파티’ 의혹이 거짓이라는 재판부 판단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특검 출범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이재명정부에서 추진된 특별검사팀만 5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되짚기 위해 조작기소 특검을 추진 중이다. ‘특검 정국’은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법무부도 여권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과거 3대 특검팀(내란·외환·김건희·채 해병)에 파견됐던 검사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사실상
재수사
법무부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남용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이하 검찰미래위)를 꾸렸다. 대검찰청은 검찰미래위 요청에 따라 지난 24일 서울동부지검에 조사기구를 설치했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수홍 법무부 검찰과장은 이날 서울동부지검에 마련된 조사단 사무실로 첫 출근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팀장급으로는 신도욱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천대원 부장검사, 신동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한문혁 수원고검 검사 등이 합류할 전망이다. 각 팀에는 평검사급 2명씩 총 8명이 추가 파견될 예정이다.
법무부훈령상 검찰미래위가 법무부 장관에게 독립적으로 조사 업무를 담당할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검찰미래위는 필요시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기구 구성원이 진행 경과와 조사 결과 등을 직접 보고하고 설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앞서 검찰미래위는 지난 10일 발족해 1차 회의를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대장동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위례 신도시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통계조작 사건 ▲윤석열 명예훼손 허위 보도 의혹 사건 등 총 7건을 1차 조사 대상 사건으로 삼았다.
검찰미래위는 지난 4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기소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살펴보는 조직을 설치하라고 지시하면서 만들어졌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과 맞물리면서 특검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작기소 특검법상 규정된 특검 수사 대상과 검찰미래위가 1차 회의를 열고 선정한 사건이 대부분 같다. 특검 수사 대상과 검찰미래위 조사 대상 사건 중 일부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관련이 깊다.
대검 진상조사단, 특검 수사 사안과 겹쳐
법무부, 3대 특검팀 검사에 “복귀” 명령
법무부 검찰과는 3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7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월별 복귀 일정을 제출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파견 중인 검사는 7월 예정된 유학 대상자 심사위원회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없다 ▲특검 근무는 서울·수도권에서 하기에 지방 근무 기간에 산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내용이 하달됐다.
현재 20명이 파견돼있는 내란 특검팀에선 10명 정도가 복귀 계획을 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를 극심해진 일선 청 인력 부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항소심 공판이 대체로 마무리될 10월까지는 이들이 돌아와야 인력난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3대 특검팀과 2차 종합특검팀, 각종 합동수사본부 동시 운영으로 일선 청에서는 업무 부하가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다.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3개월 초과)은 2024년 1만8198건에서 특검팀이 본격화한 지난해 3만7421건까지 두 배 이상 뛰었다.
검찰 내부에는 조작기소 특검팀 출범을 염두에 두고 법무부가 인력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지방청은 마비 상태다. 조작기소 특검팀 출범이 코앞인 상황에서 인력이 부족하니 파견됐던 인력이라도 일부 불러 조작기소 특검팀에 재배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형사책임 문제가 불거지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역할이 중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제도상 검사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공무상 범죄 수사는 공수처가 맡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했던 것 중 핵심은 연어 술 파티 의혹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송병훈)는 지난 19, 20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위증 혐의에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깨지는 혐의
뒷말만 무성
배심원단 7명 중 과반인 4명의 유죄 판단에 따른 실형 선고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8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10일 동안 진행됐다. 이는 2008년 제도 도입 후 최장 기록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3년 6월18일경 또는 30일경 수원지검 영상녹화실에서 술을 제공받았다’ 등의 취지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후 법무부 자체조사와 검찰 감찰에서 술 반입 가능성이 큰 날로 지목된 ‘2023년 5월17일’에 술자리가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재판부는 위증 혐의에 “배심원 의견을 존중한다”면서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은 일관된 반면 피고인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은 권고 성격을 갖는다.
이날 판결은 1심 선고로, 이 전 부지사 증언이 허위로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 출범 움직임에 적잖은 타격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앞서 대북송금 재판 과정에서도 이 전 부지사의 ‘술 파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검찰이 술 파티를 동원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회유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지속적으로 술 파티 의혹을 검증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특별점검팀 진상조사 및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 감찰을 거쳐 ‘술이 반입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는 결론을 냈고, 국회에서는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추진한 뒤 이 전 부지사를 국조에 불러 ‘술 파티’ 발언을 재차 반복하게 했다.
그래도…
일단 간다
이 전 부지사 위증 혐의 재판도 초반부터 그에게 유리하게 시작됐다.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수사 검사의 직접 재판 참여를 제한한 게 컸다. 특히 새로 투입된 공판 검사의 ‘항의성 퇴정’에는 감찰 및 교체 조치했다.
박상용 검사 징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대검이 앞서 정직 2개월을 청구하면서 술 파티 부분을 징계 사유에 포함시키지 않은 게 근거다. 박 검사의 주된 징계 청구 사유는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사와 통화에서 ‘추가 수사를 막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 등인데, 이를 두고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날 이 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 직권남용 혐의는 공소 기각이 선고된 것에 대해 “조작기소”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대북 묘목 및 밀가루 지원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재판부가 “기소도 되지 않은 타인의 재판에서 먼저 유죄 취지의 판단을 받게 한 것은 검찰의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시한 것을 인용했다.
그러나 연어 술 파티 의혹을 제기한 이 전 부지사가 위증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것에는 “재판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가운데 3명이 무죄 의견을 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다. 수원지검 앞에서 쌍방울 법인카드로 술 등이 결제됐는데도 재판부가 편협하게 재판을 이끌었다는 취지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검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심, 이화영 연어 술 파티 위증 판단
흔들린 명분 “공소권 남용 더 많아”
한병도 원내대표도 전날 이 전 부지사의 위증 혐의 유죄 판결을 “곁가지”라며 국민의힘 공세에 대한 방어에 나섰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세 혐의 중 둘이 무죄·공소 기각인데도 배심원조차 4대 3으로 갈린 위증 혐의만 떼어내 마치 검찰 수사 전체가 정당했던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위증 혐의 유죄 선고를 고리로 민주당의 검찰 조작기소 특검 도입의 논리가 무너졌다며 역공을 폈다. 민주당이 조작 수사 프레임을 활용해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명분을 쌓으려 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반면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가 각각 무죄와 공소 기각이 선고된 데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거짓 주장을 신줏단지처럼 떠받들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공소 취소 특검’까지 밀어붙였다”며 “거대 여당과 이 대통령의 ‘조작 수사’ 프레임은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모든 수사와 공소 제기를 무효로 만드는 ‘이재명 탈옥시키기’가 목표였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 죄 지우기 공소 취소를 위한 빌드업”이라고 썼다.
조작기소 특검이 규명 대상으로 삼을 범위는 연어 술 파티 의혹만이 아니다. 조작기소 특검은 검찰의 진술 회유와 별건 수사, 쪼개기 기소, 공소권 남용 등 수사 전반의 적법성을 살펴볼 정도로 포괄적이다. 종합특검팀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과 못 내고
남은 의혹들
법조계에서도 이 전 부지사의 이번 1심 판결만으로 조작기소 특검 수사 필요성 자체를 부정해야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원이 위증 혐의를 인정한 부분이 연어 술 파티 주장에 국한된 점 역시 조작기소 특검팀이 확인해야 할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의 쪼개기 기소나 공소권 행사 적정성 등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 전 부지사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힌 점도 변수다. 위증 사건의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항소심 결과와 조작기소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되는 증거에 따라 관련 의혹에 대한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