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도, 지금도 '오늘 뭐 먹을까'…밥상에 담긴 삶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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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도, 지금도 '오늘 뭐 먹을까'…밥상에 담긴 삶의 기억

연합뉴스 2026-06-30 10: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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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한국 食 문화 조명한 '우리들의 밥상' 내일 개막

3천년 전 불탄 볍씨·김홍도 그림·허균 '맛 기록' 등 684점 한자리

도마 추정 목제 유물, 박수근 '도마'와 나란히…"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

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 중 '주막' 부분 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 중 '주막'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먼 길을 다녀온 걸까. 패랭이를 쓴 남자는 그릇을 기울여 바닥에 남은 음식을 싹싹 긁어 먹고 있다.

반찬이라 할 만한 것은 없어 보이지만, 마지막 한 술까지 야무지게 먹으려는 듯 연신 숟가락질하며 허기를 채운다. 화가 김홍도(1745∼1806 이후)가 본 주막 모습이다.

19세기에 활동한 화가 성협(생몰년 미상)이 본 다른 밥상은 시끌벅적하다.

'성협풍속화첩' 중 '고기굽기' '성협풍속화첩' 중 '고기굽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자를 거꾸로 엎은 듯한 모양의 번철(燔鐵·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볶을 때 쓰는 무쇠 그릇)을 둘러싼 남성 5명은 '회식' 중이다.

옷차림을 볼 때 다소 쌀쌀한 날씨인 듯 하나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맛보고, 목을 축이려 술을 들이켜기도 한다. 경치 좋은 곳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나누는 식사인 셈이다.

우리 삶을 채우는 '밥 한 끼'의 기억은 어떨까.

보물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중 '사내들이 강가에 모여 앉아' 보물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중 '사내들이 강가에 모여 앉아'

간송미술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이 K-푸드의 뿌리가 되는 한국의 식(食)문화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다음 달 1일부터 선보인다.

약 3천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0일 "K-푸드의 뿌리이자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마주해 온 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을 다시 보자는 제안"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크게 삶과 자연으로 나눠 우리의 밥상을 들여다본다.

여주 흔암리 출토 볍씨 여주 흔암리 출토 볍씨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 여주 흔암리에서 출토된 불탄 볍씨는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벼농사가 이뤄진 청동기시대 집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3천년 전 흔적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밥상의 주인공은 밥"이라며 "3천 년 동안 우리는 쌀을 위한, 쌀에 의한, 쌀의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의 무덤에서 출토된 숟가락과 젓가락, 5·7·9첩의 상차림을 보여주는 19세기 말 양반가의 조리서 등이 소개된다.

3∼4세기 목제 유물과 박수근(1914∼1965)의 그림은 특히 눈길을 끈다.

무령왕릉 출토 제사용 그릇과 수저, 받침대 무령왕릉 출토 제사용 그릇과 수저, 받침대

국립공주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기장군 고촌리에서 출토된 유물은 도마로 추정되는데, 전시에서는 박수근의 1952년 작 '도마 위의 굴비'와 함께 소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1천7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넘은 만남"이라며 "누군가의 밥상을 차리는 손길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옛 그림에 담긴 먹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전시실에는 김홍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1754∼1822)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3점이 나란히 전시돼 다양한 먹는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허균 '도문대작' 허균 '도문대작'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조(재위 1776∼1800)가 1795년 화성에 행차하며 먹은 음식, 헌종(재위 1834∼1849)이 할머니인 순원왕후의 육순(六旬·60세를 뜻함) 잔치 모습 등도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에서는 팔도 방방곡곡의 먹거리도 엿볼 수 있다.

허균(1569∼1618)이 쓴 '도문대작'은 유배 중에 자신이 기억하는 팔도 별미를 적은 것으로, 17세기 조선 미식가의 맛 기록과도 같다.

청어, 방어, 복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주 서봉총 출토 큰 항아리, 천마총에서 발견된 조류 알 10여 개 등은 흥미를 끈다.

경주 서봉총 출토 해산물 항아리 경주 서봉총 출토 해산물 항아리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상벽(1730∼1775)의 그림 '닭과 병아리'에는 '인삼, 백출과 함께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겠지'라는 글이 적혀 있어 여름 보양식 삼계탕을 떠올릴 수 있다.

메주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 젓갈을 사용한 김치 조리법이 담긴 조리서 등 우리 식문화에 깃든 발효와 양념도 다룬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박물관에 차려진 '밥상'은 한 상 가득하다.

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과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충남 태안 마도 출수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등 보물 5점을 포함해 총 684점을 모았다.

변상벽 '닭과 병아리' 변상벽 '닭과 병아리'

간송미술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 대학, 연구원 등 51곳과 개인 소장가가 힘을 보탰다.

고고·역사 유물뿐 아니라 박수근의 '봄', 장욱진(1917∼1990)의 '독', 변월룡(1916∼1990)의 '어머니' 등 한국 미술사를 채우는 여러 작품도 나왔다.

전시는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찾아보며 찬찬히 보는 게 좋다.

박물관은 맛을 표현한 다양한 의성어·의태어, 조선 지식인이 즐긴 상추쌈 먹는 법 등을 소개하고 밥상을 차리기까지 나는 여러 소리도 담고자 했다.

상차림 규칙을 담은 '반상식도' 상차림 규칙을 담은 '반상식도'

개인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음식 인문학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밍글스' 레스토랑의 강민구 오너 셰프,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 등이 참여한 인터뷰 영상도 소개한다.

유홍준 관장은 "우리의 밥상이 이 땅의 자연과 밥을 하늘로 여겨온 옛사람의 노력 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일인 7월 1일부터 5일까지는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10월 25일까지.

불탄 콩 덩어리와 불탄 들깨 불탄 콩 덩어리와 불탄 들깨

왼쪽은 으깨진 채 뭉쳐 있는 탄화된 콩 덩어리로, 메주 혹은 청국장 등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오른쪽은 전남 함평 외치리에서 출토된 불탄 들깨.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소장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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