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던 경기 남부와 동북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가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지정하면서 최근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하던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 규제 강화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다 반도체 산업 호황과 교통 개발 호재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시장 과열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거래 위축을 통한 단기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한 가격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규제지역 지정은 7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경기도가 별도로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7월 5일부터 2027년 말까지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경기 핵심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기준 동탄구의 올해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1.3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구리시는 7.87%, 기흥구는 6.21% 올라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보합 또는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가 크게 빨라진 셈이다.
세 지역은 공통적으로 대규모 개발 기대감과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동탄구와 기흥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벨트의 핵심 배후 주거지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과 광역교통망 확충이 맞물리면서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유입됐다. 구리시는 서울과 인접한 입지와 역세권 개발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승세가 시장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현행 규정상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 조정대상지역, 1.5배를 넘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대상이 된다. 정부는 가격 상승 속도와 거래량 증가, 청약시장 과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규제를 결정했다.
규제 강도는 상당하다. 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축소된다. 처분조건부 1주택자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유주택자는 사실상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된다.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며 다주택자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약이 생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다. 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취득 이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위반하면 허가 취소나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확산한 풍선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한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경기 남부와 동북부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산업 호황과 기업 투자 확대 기대감이 겹치면서 동탄과 기흥을 중심으로 거래가 빠르게 증가했다.
최근 대기업 임직원의 성과급과 사내 주택자금 대출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정부가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규모와 저금리 사내 대출 제도를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사내 대출은 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실제 자금 유입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성과급은 개인별 지급 규모가 크게 다르고 생활자금이나 금융자산 투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사내 대출 역시 모든 대상자가 최대 한도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을 단순 합산해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선 이번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거래량 감소와 가격 상승세 둔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실거주 목적 외 거래를 제한하는 효과가 크고 대출 규제 강화 역시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과거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없이는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도권은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고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교통망 확충으로 실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규제로 투자 수요를 일부 억제하더라도 실수요가 유지되는 한 가격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추가 규제 여부와 공급 확대 정책에 달려 있다"며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 나선 만큼 향후에는 신규 공급과 금융정책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신호탄의 성격이 강하지만, 시장의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공급 대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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