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는 힐링 판타지로 날려버리자…김하연 신작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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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는 힐링 판타지로 날려버리자…김하연 신작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

서울미디어뉴스 2026-06-30 08: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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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즈덤하우스
사진=위즈덤하우스

[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계절, 자극적인 이야기보다 마음을 조용히 식혀 주는 서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김하연 작가의 신작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소년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이별과 상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따뜻하게 풀어낸 청소년 힐링 판타지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시간을 건너는 집』, 『블랙북』, 『나만 아는 거짓말』 등으로 십 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 온 김하연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죽음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소년 동찬이 처음으로 ‘진짜 이별’과 마주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주인공 동찬에게는 남들과 다른 능력이 있다. 죽은 사람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성당 앞 전봇대에 기대 선 귀신도, 교실을 떠나지 못하는 지박령도 동찬에게는 일상의 일부다. 그러나 이 능력은 그를 특별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평범한 척 살아가게 만든다.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조차 그 능력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찬은 이제 막 세상을 떠난 ‘영심 탐정 사무소’의 최영심 소장과 박상구 조수에게 자신의 능력을 들키게 된다. 두 초보 귀신이 천국으로 떠날 수 있도록 돕게 된 동찬은 미영 프라자 가스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여고생 진원의 사연을 추적한다.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처럼 보였지만, 진원의 죽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건은 동찬 자신의 삶과 맞닿기 시작한다.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은 ‘귀신을 보는 소년’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단순한 장르적 장치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죽은 이들이 여전히 곁에 머무는 세계에서 살아온 동찬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은 언젠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이별을 배우지 못했다. 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한 번도 진짜 헤어짐을 경험하지 못한 소년이라는 설정은 이 작품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상실을 말하지만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일을 약속하고 싶은 마음,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그러나 결국 상대의 온전한 안녕을 빌어 주는 마음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이별은 누군가를 잊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안녕을 마음에 품은 채 다시 자신의 삶으로 걸어 나가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에 흐른다.

또 하나의 축은 ‘선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진원의 사고 이면에는 질투와 이기심, 방관과 거짓말이 얽혀 있다. 누군가는 “우리가 불을 지른 건 아니잖아”라는 말 뒤에 숨고, 누군가는 “운이 없었을 뿐”이라며 책임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동찬은 편한 외면 대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통쾌한 응징이나 단순한 선악 구도에 기대지 않는다. 후회와 죄책감, 용서와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을 통해 한 사람의 선택이 남기는 파장을 차분히 보여 준다.

무더운 여름, 판타지는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장르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좋은 판타지는 오히려 현실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한다.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가 건네는 위로도 그렇다. 죽은 이와 산 자가 만나는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 독자는 결국 가장 현실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과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가. 떠난 이를 어떻게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두려움 앞에서도 어떤 선택을 해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김하연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상실의 고통이 우리가 서로를 깊이 사랑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라고 말한다. 아픈 만큼 아파하고, 괴로운 만큼 울어도 괜찮다는 다정한 문장은 이 작품이 왜 ‘힐링 판타지’로 읽히는지를 설명한다. 상실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상실이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만은 않는다는 믿음.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바로 그 믿음을 조용히 건넨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이 책의 위로는 특정 세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별을 겪어 본 사람,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도 마음속에서 계속 말을 걸고 있는 사람, 아직 제대로 된 안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면 동찬의 여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2026년 6월 10일 출간됐으며, 총 204쪽 분량이다. 무더위를 잊게 할 서늘한 판타지적 설정과 마음을 데우는 다정한 메시지가 함께 담긴 작품으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읽기 좋은 청소년 문학 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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