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빠지는 비만약은 한계"...대원제약, GLP-1 넘어 '4중 작용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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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빠지는 비만약은 한계"...대원제약, GLP-1 넘어 '4중 작용제' 승부수

이데일리 2026-06-30 08:1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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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시장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제형·투여 주기·작용기전 혁신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제와 장기 지속형 제형, 다중작용제로 진화하면서 치료 패러다임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차세대 비만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이데일리는 ‘포스트 GLP-1’ 시대를 맞아 비만·당뇨 치료의 변화와 K-바이오의 대응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 취재는 한국과학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편집자 주]

[사진·글=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하나만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미 그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중국 기업들까지 다 들어와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 단계 건너뛰기로 했다."

김주일 대원제약(003220) 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은 최근 서울특별시 성동구 천호대로 대원제약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전략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비만치료제 시장은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수백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대원제약은 이 거대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대신 아예 다른 길을 선택했다.

김주일 대원제약 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 (사진=김지완 기자)
김주일 대원제약 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 (사진=김지완 기자)




◇"얼마나 많이 빼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빼느냐"

GLP-1 단일 작용제도 GLP-1·위억제폴리펩타이드(GIP) 이중 작용제도 아닌 GLP-1·GIP·글루카곤(GCG)·가스트린(Gastrin)을 동시에 겨냥하는 4중 작용제(Quadruple Agonist) 개발이다.

김 부사장은 "우리는 듀얼도 가지 않고 처음부터 트리플로 갔다"며 "그런데 트리플도 이미 글로벌 빅파마와 중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점프해 4중 작용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비만치료제 개발 방향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현재 시장을 장악한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맞은 사람들을 보면 살은 정말 잘 빠진다. 그런데 근육도 같이 빠진다."

김 부사장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렇게 덧붙였다.

"문제는 체중이 다시 늘 때다. 빠졌던 근육은 돌아오지 않고 지방만 다시 붙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몸의 질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비만약 경쟁의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이 빼느냐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건강하게 빼느냐 경쟁이 될 것이다."

실제 글로벌 비만치료제 업계에서도 최근 근손실 최소화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체중 감소 효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지만 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함께 감소하는 현상이 차세대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10㎏을 감량했을 때 지방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비율의 근육도 함께 감소한다"며 "체중이 다시 증가할 경우에는 근육보다 지방이 더 많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같은 몸무게라도 근육은 줄고 지방은 늘어난 체성분으로 바뀌면서 당뇨, 지방간, 심혈관질환 등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대원제약 비만약 투여군에서 지방 감소량이 증가하고, 근육 대비 지방 비율이 개선되는 등 체성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제공=대원제약)
대원제약 비만약 투여군에서 지방 감소량이 증가하고, 근육 대비 지방 비율이 개선되는 등 체성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제공=대원제약)






◇"체중감량 넘어 췌장·신장까지 지킨다"

대원제약이 개발 중인 4중 작용제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지방 감소 효과는 유지하면서 근손실을 최소화하고 비만과 함께 나타나는 대사 이상까지 동시에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비만 환자는 단순히 살만 찐 것이 아니다"라며 "당뇨, 지방간, 염증성 질환 등 여러 대사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지방 감소, 근손실 최소화, 염증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원제약이 비장의 무기가 바로 가스트린이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4중 작용제는 기존 GLP-1·GIP·GCG 삼중 작용제에 가스트린 기전을 추가한 것"이라며 "체중 감량뿐 아니라 췌장 기능 보호와 신장 기능 개선까지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트린은 일반적으로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가스트린이 췌장 베타세포 보호와 재생, 대사 기능 개선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 타깃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하면 혈당 조절 능력이 유지돼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후보물질 발굴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원제약은 약 400개 이상의 후보물질을 직접 설계하고 합성했다. 여기에만 20억~3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됐다.

김 부사장은 "GLP-1, GIP, GCG, 가스트린이 각각 어느 정도 비율로 작용해야 가장 좋은 효과가 나오는지를 찾기 위해 수백 개 물질을 검증했다"며 "현재는 최적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만에 체중 50% 감소…ADA서 전임상 공개

실제 전임상 결과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대원제약은 지난 5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해당 후보물질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식이 유도 비만(DIO) 마우스 모델에 약물을 투여한 결과 22일 만에 대조군 대비 최대 50% 이상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혈당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 공복 혈당은 대조군이 223mg/dL를 기록한 반면 후보물질 투여군에서는 최대 70mg/dL 수준까지 감소하며 유의미한 약효를 나타냈다.

그는 "단순히 살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대사 기능 자체가 개선되는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해당 학회에서 체중 변화와 음식 섭취량, 혈당 변화는 물론 독자적인 수용체 활성 데이터도 함께 공개했다.

대원제약의 4중 작용 비만치료 후보물질은 비임상에서 투약 21일 만에 레타트루타이드 이상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제공=대원제약)
대원제약의 4중 작용 비만치료 후보물질은 비임상에서 투약 21일 만에 레타트루타이드 이상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제공=대원제약)






◇"건강하게 살빼는 비만약이 대세될 것...2028년 상업화"

김 부사장은 특히 비만약 개발 추세가 장기 지속형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월 1회 투여형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 오래 가는 약이 좋은 약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환자는 장기 지속형이 편할 수 있지만 어떤 환자는 부작용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실제 비만약을 맞고 구토나 심한 위장관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효과와 안전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원제약은 현재 후보물질 최적화를 마치고 영장류 시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상업화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우리는 후발주자로 기존 시장을 따라가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GLP-1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비만치료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비만약의 미래는 단순하다. "얼마나 많이 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빼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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