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이가 하는 말치고 믿을 만한 것이 없다더니… ② 부부치고 안 싸우는 사람이 있어요? ③ 겨울치고 춥지 않다.
① ② ③에 모두 든 말이 '치고'다. 조사로 쓰였기에 앞말에 붙인다. ① ②는 '그 전체가 예외 없이'를 나타낸다. 흔히 뒤에 부정을 뜻하는 말이 오거나 수사의문문 꼴이 온다. 문장 형식은 물음을 나타내나 답변을 요구하지 않고 강한 긍정과 부정 진술을 내포하고 있는 의문문이 수사의문문이다. ①로 보아 그이는 평소에 거짓말을 잘한다. 하는 말이 예외 없이 믿을 만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수사의문문 ②가 보여주는 것은 부부라면 예외 없이 하는 것이 부부싸움이라는 발화자의 확신이다. ③은 ① ②의 반대 격이다. '그중에서는 예외적으로'라는 뜻을 보여서다. 겨울은 춥다고 인식되는 계절이다. 그런데 다음에 '춥지 않다'가 오니까 '예외' 아닌가.
이 '치고'를 동사 '치다'를 활용한 거로 여겨 띄어 쓰는 실수를 한다. '인정하거나 가정하다'를 뜻하는 동사 '치다'를 활용한 '치고'는 ① ② ③의 조사 '치고'와 다르다. 거듭하여 새기면 좋을 것은 말뜻 '인정하거나 가정하다'이다. ④ 각자 낸다고 치고(가정하고) 계산했다. ⑤ 그건 그렇다고 치고(인정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식구 한 명 없는 셈 치고(가정하고) 산다. ④ ⑤ ⑥은 '그는 내 작품을 최고로 쳤다', '아이가 잘못했다고 치더라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처럼 '치다' 활용문이다. 조사 '치고'인지 동사 '치고'인지 결정은 문맥이 한다.
'그런 셈 치고 그만하자'(그렇다고 치고 그만하자)라고 하여 늘 그렇게 띄어 써야 할까? 그렇지 않다. A와 B가 학교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사이좋게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B보다 수학을 잘하는 A가 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B에게 한마디 한다. "니가 지금 하는, 그런 셈치고 쉬운 것은 없으니까 위축될 필요 없어." 여기서 셈은 계산(하기)을 뜻하는 별개 낱말로 쓰였고 조사 '치고'를 동반했다. 그런 셈(계산)은 예외 없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B를 안심시키는 A의 말이 따뜻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더라도 이쯤에서 이야기를 맺자. 그런 셈 치고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2.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제11권 제2호(2001년 여름) 국어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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