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도 감탄한 인터뷰, 이승국은 어떻게 영화를 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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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도 감탄한 인터뷰, 이승국은 어떻게 영화를 권할까

엘르 2026-06-29 23:16:54 신고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왜 사람들은 이승국의 영화 추천을 신뢰할까? '영화를 권하는 방식'에 대한 그의 원칙.
  • OTT 시대에도 사람들은 왜 여전히 극장을 찾을까? 이승국이 바라본 지금의 영화관.
  • . N차 관람부터 싱어롱 상영회까지, 달라진 영화 문화의 이유를 이승국에게 물었다.

이승국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영화 리뷰어, 인터뷰어. 유튜브 채널 ‘천재이승국’을 통해 국내외 감독과 배우 인터뷰는 물론, 자신만의 기발한 콘텐츠로 관객과 영화를 이어왔다. 특유의 다정한 화법으로 드웨인 존슨, 아리아나 그란데,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해외 영화인들이 먼저 찾는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최근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에밀리 블런트를 만났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당신 말을 들으니 나도 내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고 극찬했는데

우리가 아는 ‘영화’의 기틀을 다진 분 아닌가. 순간 ‘내 인생의 전성기가 지금인가?’ 싶었다(웃음).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초긴장 상태였다가, 끝나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울 뻔했다. 감독님이 스태프에게 “인터뷰가 정말 좋았다”고 귀띔하는 걸 우연히 들었는데, 그저 내 팬심을 귀엽게 봐준 것 같다. 에밀리 블런트 역시 좋아하는 배우인 데다 구독자 반응도 좋은 콘텐츠여서 여러모로 감사한 한 주를 보냈다.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드웨인 존슨, 아리아나 그란데의 인터뷰를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영화인을 마주하며, 그들과 멋진 대담을 이어왔다. 이승국만의 인터뷰 원칙이 있다면

세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팬으로서 궁금한 질문일 것, 둘째는 상대도 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할 것, 마지막은 구독자들에게 유의미할 것. 주로 그 교집합과 균형을 고려하는 편이다. 단 하나 분명한 건 영화인들에게 이 인터뷰는 일종의 ‘일’이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았던,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일’이 되길 바란다는 점이다.


‘영화 전달자’로서 최근 관객들의 영화 선택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나? 과거에는 평론가의 별점과 레거시 미디어의 리뷰가 정보 전달 창구였다면, 지금 유튜브와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나눠 갖고 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일이 수요가 있고, 그걸 실현하는 플랫폼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누구나 영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다. 혹여 내가 누군가의 ‘영화적 가능성’을 좁히는 건 아닐지 고민할 때도 있지만, 팬심으로 다가가려 한다. 최근에는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추천보다 주변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면 보러 가는 흐름이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원래 영화 보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하니, 꼭 영화를 선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작품에 대한 호감이든, 리뷰 콘텐츠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든, 유튜브나 쇼츠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화를 둘러싼 대화가 편안하게 오고 가는 흐름이 반갑다.


영화를 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근 ‘빠더너스’가 수입한 〈너바나 더 밴드〉를 ‘찐’으로 추천하는 걸 보고, 이 질문을 떠올렸다

결국 개인 애정의 기반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 영화라도 이상하게 ‘꽂혀서’ 추천하기도 하고, 세상에 좀 더 알려지길 바라는 작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미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같이 수다 떨 사람 없나?” 하면서 찾게 되는 영화도 물론이다. 나만 좋아할 것 같은 영화는 마음속 서랍에만 넣어 두기도 하고, 이상하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싶거나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 있으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팬의 소임을 다하듯 권한다. 무엇보다 내가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 때!


〈위키드〉 개봉 당시 ‘찐 떼창을 꿈꾸는 오지언들을 위한 싱어롱 상영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말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단순 관람을 넘어 ‘찐팬’들이 영화를 목놓아 부르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위키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명확해서 평범한 방식으로 관람하는 게 성에 차지 않았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도 ‘나 같은 사람들을 1%만 만나도 좋겠다’는 마음이었거든. 여러 극장이 주최하는 ‘떼창 상영회’를 직접 경험했고 관객 후기도 많이 들었지만, 싱어롱 상영회는 복불복이다. 천국을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도,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아 실망한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 영화가 너무 좋아서 OST를 목놓아 부르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놓는다면,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관 하나 정도 못 채우겠어?’라는 마음으로, 이런 자리가 없으면 내가 만들어서 같이 놀면 된다는 애정으로 말이다. 당시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하나 되는 분위기가 정말 따뜻했다. 〈위키드2〉 개봉 때는 여러 이유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이런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이승국만의 ‘영화적 계기’가 있나

물 흐르듯이 영화는 내 일상에 들어와 있었다. 1990년대 ‘디즈니 르네상스’를 지난 세대로서, 디즈니영화가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 가서 보고, 비디오나 DVD 대여점은 물론, 동네 비디오방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취향대로 골라 보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즉 취미라는 개념보다 일상적인 일이랄까. 그래서 멋들어진 영화적 계기라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없다. 다만 영화에 대한 첫 기억은 유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어공주〉가 국내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처음 봤던 장면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직도 ‘디즈니’에 열광하는 이승국이 이때 탄생한 게 아닐까.


스스로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얼마 전 한 독서 애호가에게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영화에도 애정을 갖고 싶은데 어떻게 즐기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분께 “책을 왜 좋아하세요?” 그랬더니 “책은 언제든 자의로 펼치고 닫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긴 호흡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영화는 그 반대라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두 시간 안에 당신의 집중력을 붙잡기 위해 감독이 어떤 장치를 쓰는지, 당신의 감정을 붙잡기 위해 배우가 어떤 연기를 펼치는지 읽어내는 재미에 관해 설명하면서 말이다. 그 두 시간 동안 영화가 내게 해낸 것들을 열심히 분석하고 설명하는 나를 볼 때 정말 영화를 사랑한다고 느낀다. 특히 ‘영화관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딴짓 하지 않고 꼼짝없이 스크린에 매달려 봤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분명 있다.


왜 사람들에게 영화를 권하나

‘나 같은 사람을 찾고 싶어서’다. 처음 업로드한 유튜브 영상이 ‘〈어벤져스2〉 관람 전 캐릭터 정리’였다. 흔히 ‘영업’하는 걸 좋아한다. 영화는 보고 싶지만 세계관이 복잡해서 접근하지 못하겠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포스터를 손에 들고 누가 ‘천둥의 신’인지, 이걸 알면 왜 재밌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곤 했다. 친구들이 그런 나를 굉장히 좋아했고, “네 덕분에 이해가 좀 되더라”고 하면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타인이 오해하고 있을 때 ‘실드’쳐 주고 싶은 마음, 즉 누군가 영화를 욕해도 온전히 알고 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랄지! 결국 이건 애정 표현이다. 내가 느낀 행복을 똑같이 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최근 관객은 굿즈를 모으고, N차 관람을 하고, 콘서트 실황 상영까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고 있다. 한국영화와 극장이 어느 순간 힘이 빠졌다고 하지만, 지금 사람은 왜 여전히 극장을 찾을까

지금 극장은 코로나19 이후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모든 방식을 시험해 보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포토 카드나 굿즈 마케팅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 훨씬 적극적이 됐다. 〈와일드 씽〉의 ‘니가 좋아’ 열풍처럼 영화관 밖에서 인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화제성이 반드시 관객 수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왕과 사는 남자〉는 훨씬 덜 공격적인 마케팅 방식으로도 1000만 관객을 넘겼다. 나도 이 현상을 명확하게 정리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모두가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는 과정인 것 같아 흥미롭다. 그럼에도 여전한 힘은 ‘입소문’이다. 누군가 진심으로 “이건 꼭 봐야 해”라고 말하면 ‘한 번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조금 ‘T’적으로 생각해 보면 영화 시장을 흐렸던 거품이 걷히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영화관이 데이트 코스이자 친구들과 놀이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돈과 시간을 써서 봐야 할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지 않으면, 관객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얼마 전 〈타이타닉〉 재개봉 때 극장에 갔는데 중학생이 우르르 왔더라.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울먹이며 “명작은 명작이네”라고 했다(웃음). 결국 재미있는 영화는 세대를 넘어 또 다른 입소문을 만들고, 새로운 관객을 데려온다. 개인적으로 영화산업과 극장의 부흥기를 경험한 기성 세대보다, 지금 세대의 관객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본다. 이들이 왜 극장을 찾는지, 무엇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쓰는지 이해하는 것. 어쩌면 그 안에 앞으로 영화관이 나아갈 방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영화를 권하는 일은 결국 무엇을 건네는 일일까

건방진 말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어떤 가능성을 건네는 일 아닐까? 모르고 지나쳤거나,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작품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아주 작은 기쁨이나 깨달음을 발견하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과한 영업은 폭력이라는 것도 안다(웃음). 그 선을 잘 지키려 한다. 내가 권한 작품 앞에서 누군가 단 1%만이라도 오래 머물러준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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