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몰락했다고 평가받았던 '노키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신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노키아를 포함한 델, 코닝, 지멘스에너지 등 과거 성장 한계를 지적받았던 전통 IT·부품 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며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노키아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휴대폰 사업을 정리한 뒤 통신장비와 네트워크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면서 AI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난 2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노키아 주가는 13.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장중에는 17.45달러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주가가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승세의 배경으로 AI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AI 경쟁은 데이터센터 안에 얼마나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기술이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세계에서 직접 작동하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 초저지연·고신뢰 통신망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연산 능력뿐 아니라 현장 기기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6G·AI-RAN 앞세워 피지컬 AI 시대 정조준
노키아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6세대(6G) 이동통신과 AI 무선접속망(AI-RAN)을 핵심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6G는 기존 이동통신과 달리 처음부터 AI 기능을 내장한 형태로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기지국이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AI 추론과 산업용 서비스를 수행하는 데이터센터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 노키아에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했다.
노키아 입장에서도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의미가 크다. AI-RAN이 확대될수록 기지국은 새로운 AI 데이터센터로 진화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GPU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봉열 노키아 제품 관리 총괄은 "통신장비와 AI 투자를 각각 진행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노키아는 통신과 AI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함께 운영하는 구조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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