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부모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콘텐츠가 새로운 SNS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친구나 연인과의 일상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쇼핑을 즐기고,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게시물이 높은 공감을 얻는 모습이다. 특히 '엄미새', '엄마동결건조' 등 부모를 향한 애정을 담은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가족과의 시간을 하나의 콘텐츠이자 소중한 가치로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유튜브 등 SNS에는 부모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하고 맛집을 찾는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부모와 데이트를 하는 하루를 브이로그 형식으로 기록하거나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엄미새', 부모님이 오래 건강하게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엄마동결건조' 같은 신조어도 확산하며 부모에 대한 애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분위기는 오프라인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29일 강남 신세계백화점과 인근 지하상가에는 부모와 함께 쇼핑을 즐기는 청년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어머니와 팔짱을 낀 채 서로의 옷을 골라주거나 카페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는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주부 김은숙 씨(55·가명·여)는 "딸과 단둘이 자주 외출하는 편인데 주로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며 "평소 집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서로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엄미새라는 표현의 의미를 알고 나니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이수연 씨(22·가명·여)는 "집에서 매일 함께 생활하지만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엄마동결건조' 같은 표현을 친구들과 공유할 정도로 부모님이 오래 건강하게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공감하는 또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SNS에 친구나 연인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자연스럽게 공유한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1인 가구에서는 부모와 함께하는 일상 자체를 더욱 부러워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SNS 속 부모와의 일상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1인 가구로 생활 중인 대학생 김유진 씨(24·여)는 "대학교 진학 이후 독립하면서 부모님과 함께했던 평범한 일상이 계속 그리워졌다"며 "SNS에서 부모님과 쇼핑하거나 여행을 다니는 콘텐츠를 보면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본가를 내려가거나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는 시간을 하나의 여행처럼 생각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이 지금은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부모와 함께하는 일상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기고 이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804만 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4인 가구 비중은 12.7%까지 감소하는 등 가족 형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SNS에서도 부모 관련 콘텐츠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자취생이 본가를 찾아 부모와 쇼핑과 외식을 즐기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106만회를 넘겼으며 '#엄미새', '#엄마동결건조', '#엄마사랑해'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빠르게 확산됐다. 댓글에는 "본가는 2주에 한 번은 꼭 가야 한다", "엄미새가 되는 이유를 알겠다", "엄마랑 데이트가 제일 행복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부모와 여행을 떠난 브이로그, 엄마와 쇼핑하는 하루, 아빠와 맛집을 다니는 영상 등도 꾸준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고 추억으로 남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가족의 의미가 달라진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SNS 소비 방식의 변화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가족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콘텐츠가 공감을 얻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간 유대와 신뢰를 더욱 소중하게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일상을, 떨어져 생활하는 사람은 재회의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기면서 이를 SNS를 통해 표현하는 문화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정서적 애착이 성인기의 독립성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가족은 중요한 정서적 지지체계가 될 수 있지만 성인기에는 독립적인 삶을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발달 과업"이라며 "부모에 대한 애정과 정서적 유대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은 함께 있을 때는 독립을 원하면서도 막상 떨어져 지내면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양면적인 존재"라며 "부모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는 문화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성인으로서 자립과 독립도 함께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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