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2000조원 투자, 성패는 전력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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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2000조원 투자, 성패는 전력망에 달렸다”

이데일리 2026-06-29 17:51: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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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가 국내 산업 투자 지형을 바꿀 대형 이벤트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2035년까지 2000조원 이상 투자가 제시된 가운데, 실제 성패는 전력과 용수, 인허가, 정주 여건 등 기초 인프라 실행 속도에 달렸다는 진단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9일 보고서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본질은 수도권 밖에 AI 시대 핵심 생산 기반을 분산 배치하고, 전력·용수·인허가·정주 여건을 패키지로 붙여 민간 초대형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제시한 3대 프로젝트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다. 메리츠증권은 여기에 전력과 용수, 용지 등 기초 인프라가 사실상 네 번째 축으로 붙어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가 언급된 반도체 1100조원, AI 데이터센터 1000조원을 기준으로 보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200조원 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2025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7.5%에 해당한다.

반도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서남권과 충청권, 기존 수도권 클러스터를 동시에 키우는 것이다. 서남권은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육성되며 총 800조원 규모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충청권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되며, 투자 규모는 81조원으로 언급됐다. 차세대 메모리와 엣지용 반도체 등 미래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15년간 3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기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도 빨라진다. 정부는 수도권 반도체 생산능력을 5년 안에 2배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평택 생산라인은 순차 건설에서 동시 건설 방식으로 전환해 3~4년가량 기간을 줄이고, 용인 반도체 거점은 기존 계획보다 최대 7~12년 앞당기는 방향이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는 당초 2045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2033년 완공을 목표로 조정됐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이번 투자 계획이 단기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남권 투자에서 나오는 물량은 2031년부터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메모리 산업의 공급 부족은 2027년 말까지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전력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변수다. 정부는 2029년까지 8.4기가와트(GW), 금액 기준 55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추진하고, 2035년까지 추가 10GW를 더해 총 18.4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2035년까지 1000조원 이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전력이다. 서남권 반도체 거점에는 6.3GW의 전력과 하루 65만톤의 용수가 필요하고, 수도권 반도체 거점에는 15GW의 전력과 하루 150만톤의 용수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추가 전력 수요도 8GW 안팎으로 언급됐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력망, 용수, 부지, 지역별 전기요금제,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의 실행 속도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전력 공급 계획의 추가 상향이 필요하다고 봤다. 18.4GW의 IT 부하는 이중화 설비 등을 감안하면 약 40GW에 가까운 신규 전력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전 믹스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수혜가 예상되며, 태양광과 풍력 밸류체인이 단기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간헐성을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역할에 주목했다.

건설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가속화와 서남권 신규 팹 건설은 건설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반도체 팹 건설 기업들의 2027년 이후 신규 수주 기대치를 높여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데이터센터도 사업비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플랜트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력 부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은 주택 사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산업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할수록 건설 인력과 자재 수요가 산업시설 쪽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향후 15년간 전력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는 계획”이라며 “전력 공급 계획은 추가 상향이 필요하고, 발전 믹스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와 ESS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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