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소비 심리 제약·부동산 부진 지속"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국 수출이 반도체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겠지만, 미국·이란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기업 비용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글로벌 반도체 매출 사이클과 높은 동조성을 보여왔는데,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인공지능(AI)·서버·전자제품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중국 반도체 수출에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범용 DRAM 공급 공백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호조가 주된 수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수년간 중국의 수출 증가는 수출 단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데 힘입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배터리·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고, 그간 진행된 제조업 투자와 생산능력 확충도 실제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중국 수출의 양호한 증가세를 지지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내수 촉진과 관련해선 "정부의 내수 진작책과 서비스업 회복에 힘입어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청년층 고용 부진과 AI 확산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세 둔화 등으로 소비 심리는 제약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중국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정부 부양책 시행 등으로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과정에 있으나 일부 개발사의 유동성 위기와 주택 수요 회복 지연이 지속되면서 하반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체로 4.7% 안팎으로 형성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 IB들은 작년 말 내놓은 전망치보다 이달 전망치를 다소 낮추고 있고, 해외 IB들은 작년 말보다 이달 전망치를 약간 높여 4.7% 수준의 예상이 가장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은 중국의 물가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발생한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의 격차와 중국 기업들의 부담 가중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3년 -3.0%, 2024년 -2.2%, 2025년 -2.6% 등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 하락) 국면을 지속하던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올해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강력한 반내권(反內卷·과당 경쟁으로 인한 저가 덤핑을 규제하고 낙후한 생산 능력을 강제 퇴출하는 공급 개혁) 정책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로 전환했고, 특히 4월과 5월에는 +2.8%와 +3.9%로 급등했다.
통상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가될 수 있는데, 올해 중국에서는 생산자물가가 너무 빠르게 올라 기업의 생산 단계에서 물가 상승분 대부분이 흡수됐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중국 PPI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올해 4월과 5월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전가율은 각각 43%, 31% 수준에 그쳤다. 5월의 경우 PPI가 3.9% 급등했으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였는데, 이는 PPI 상승분의 70%가량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보고서는 "소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해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내구재(가전·자동차·가구) 가격을 충분히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청년 실업과 소득 증가세 둔화는 필수재 외의 추가적인 소비를 억제해 근원 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의 연간 CPI가 중국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2% 안팎 상승)에 못 미치는 1.0∼1.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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