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근무·저연봉엔 후하고 장기근무·고연봉엔 박한 '비정상 실업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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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근무·저연봉엔 후하고 장기근무·고연봉엔 박한 '비정상 실업급여'

르데스크 2026-06-29 17:14: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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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 안팎에서 구직급여(실업급여) 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술한 지급 요건과 높은 하한액이 혈세 낭비는 물론 성실한 직장인들의 박탈감 및 도덕적 해이 유발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권고사직, 계약만료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직한 경우 실업급여 수령 자격이 부여된다. 또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설정되며 올해 기준 1일 최저액은 6만6048원이다. 상한액(6만8100원)과 불과 2052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6개월 일하면 4개월 주는데 10년 일하면 고작 8개월, 현행 실업급여 조기퇴사 유발 논란

 

실업급여 제도로 인한 혈세 낭비가 심각 수준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7조4천8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지출이 크게 늘면서 고용보험 기금은 5920억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현재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국민 혈세인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을 제외하면 796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실업급여 적립금은 빌린 돈을 제외하면 적자 규모가 5조9933억원이나 됐다. 빚을 내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상황이다.

 

▲ 최근 실업급여 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론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사진=연합뉴스]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성실한 직장인들의 박탈감을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근무기간에 따른 수급 기간 차이가 크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 최소 재직기간은 단 6개월에 불과하다. 연령, 재직기간 별로 지급 기간이 달라지는데 50세 미만의 경우 ▲6개월~1년 미만 120일(약 4개월) ▲1년 이상~3년 미만 150일(약 5개월) ▲3년 이상~5년 미만 180일(약 6개월) ▲5년 이상~10년 미만은 210일(약 7개월) ▲10년 이상 240일(약 8개월) 등이다. 50세 이상인 경우 1년 미만은 동일하고 1년 이상부터는 50세 미만에 비해 각각 30일씩 늘어난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단 6개월만 근무한 사람과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 차이가 너무 짧은 지금의 구조가 '쉬운 퇴사'를 유발하는 유인 장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서준 씨(35·남)는 "우리 회사에 최근 몇 년 사이 온갖 꼬투리를 잡아 권고사직을 받아내고 퇴사하는데 나간 신입이 5명 가량 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근무 기간이 실업급여 수급 최소 조건과 일치했다"며 "6개월 일해도 4개월이나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놀면 되고 또 나이가 어리니 취직도 잘 되는데 누가 힘들게 일하려고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소정급여일수(실업급여 수급 기간)가 120일, 즉 근로기간이 6개월~1년 미만인 실업급여 신청자는 2023년 1분기 6만1641명에 달했고 이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올해 1분기엔 4만5971명이 1년도 근무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올해 1분기 30대 이하의 실업급여 신청자 비율은 전체의 25% 수준이었다.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단순히 수치만을 놓고 계산했을 땐 1년 미만 근무자 중 4명 중 1명이 30대 이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실업급여 상한·하한액 차이 고작 2000원…"지금 기준·기간 재설정, 상한·하한액 조정 필요"

 

▲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허술한 지급 요건과 높은 하한액으로 인해 혈세 낭비는 물론, 성실한 직장인들의 박탈감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업급여 제도가 재직기간 중 연봉 격차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실업급여 1일 지급액은 수급자의 퇴직 전 3개월간의 1일 평균급여의 60% 수준으로 책정된다. 단, 하한액과 상한액이 존재한다. 평균급여가 적다고 터무니 없는 액수가 지급되지도, 반대로 높다고 마냥 많은 액수가 지급되지도 않는 구조인데 문제는 하한액과 상한액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 1일 최저액은 6만6048원, 상한액은 6만8100원이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설정되는데 수년 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한액과의 격차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제도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대다수 직장인들의 반응이다. 한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박성규 씨(48·남·가명)는 "밤·낮 없이 일해 능력을 인정받아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과 이제 갓 입사해 3500만원 남짓한 연봉을 받는 사람이 받는 1일 실업급여가 고작 2천원 차이라는 게 말이 되나"라며 "억대 연봉을 받을 정도면 어느 정도 나이고 있고 가정도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제 갓 입사한 사람과 비슷한 돈을 주면서 생활하라는 것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일정 기간 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실업급여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지급 기준과 기간 재설정, 하한액과 상한액의 조정 등 현행 고용보험법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기준이 낮고 지급 기간도 짧으며 하한액과 상한액의 격차도 적어 실업급여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의 실업급여 기간은 ▲프랑스 6~24개월 ▲독일 6~12개월 ▲덴마크 24개월 ▲일본 12~24개월 ▲노르웨이 12~24개월 등이다. 최대 8개월인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차이다.

 

▲ 해외 주요국의 실업급여 하한액과 상한액의 격차는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원의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구직급여 하한액 비율은 41.9%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9.9%에 그쳤다. 반면 상한액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는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가 적용되고 이마저도 상한액을 넘지 못하는 반면 해외는 실업급여 인정 비율이 높고 상한액도 없다. 주요국의 실업급여 인정 비율은 프랑스 75%, 일본 80%, 스위스 70%, 독일 유자녀 67%·무자녀 60% 등이다.

 

그 결과, 해외 주요국의 실업급여 하한액과 상한액의 격차는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큰 편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놓고 보더라도 1일 하한액은 2411엔, 상한액은 최대 8870엔 등으로 그 격차는 무려 6459엔에 달한다.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6만원이 넘는 격차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연령대별로 상한액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지출이 많은 30대부터 60대까지는 1일 상한액이 8000엔대, 30세 미만이나 60세 이상은 비교적 낮은 1일 7000엔대로 각가 책정돼 있다. 하한액은 2411엔이다. 비자발적 퇴사자의 생계를 유지를 돕겠다는 실업급여의 취지를 반영한 결과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실업급여 제도는 근로자의 재취업을 돕고 생계를 보장한다는 본래의 사회안전망 취지와 달리, 제도의 운영 방식이 오히려 노동시장 내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크다"며 "현행 제도가 단기 근속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조기 퇴사'를 유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적으로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환경과 사회적 상황을 반영해 지급 요건과 급여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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