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현정 기자 |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면서 생활경제업계도 지역 소비시장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주거·상권 형성과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는 만큼 유통기업들의 중장기 출점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9일 서남권의 반도체 투자 구상을 발표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산업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설비 투자와 협력업체 집적, 고용 창출이 뒤따르는 만큼 지역 소비시장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 국내 주요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도 생활밀착형 유통시설이 빠르게 들어섰다.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형성되면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H&B 스토어가 먼저 상권을 형성하고, 이후 대형마트와 쇼핑몰, 백화점 등이 소비 규모를 고려해 출점을 검토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생활경제업계는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입지와 사업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이라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고용과 인구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중장기 시장성 분석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상대적으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공장과 연구시설, 협력업체가 입주하면 근로자 수요를 기반으로 신규 점포를 확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아직 입점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산업단지 내 근로직원 수, 근무시간, 임차조건, 점포 면적 등이 산업단지 입점 시 고려요소”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메가MGC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와 올리브영, 다이소 등 생활밀착형 브랜드도 신규 상권 형성 초기부터 진출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올리브영 측은 신규 매장 출점 시 유동인구와 고객 쇼핑 수요, 주변 상권과의 시너지, 상권의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대형마트 또한 주거단지와 생활권 형성 여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배후 인구와 상권 규모, 소득 수준을 중심으로 신규 점포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호남권 소비시장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이미 선제적으로 광주 지역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2년 광주광역시에 ‘더현대 광주’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 약 31만㎡ 규모의 초대형 복합쇼핑타운 ‘챔피언스시티’ 내 앵커 테넌트로 참여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면적 약 30만㎡ 규모의 미래형 문화복합몰로 쇼핑·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로컬 콘텐츠를 결합한 리테일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특히 ‘더현대 광주’는 친환경·테크·로컬 등 5대 문화를 테마로 한 체험형 공간과 함께 럭셔리 전문관, MZ 특화 공간, 미식 콘텐츠 등을 결합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핵심 전략으로 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광주를 호남권은 물론 전국 및 해외 관광 수요까지 흡수하는 미래형 소비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광주는 50년 이상 쌓아온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 역량과 노하우, 지금껏 상상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했던 관광·문화·예술‧여가‧쇼핑‧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모두 결집된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의 표본이 될 것”이라며 “압도적인 규모와 혁신적인 설계 및 공간 디자인, 국내 최고 수준의 MD 운영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키워 광주광역시의 위상을 높이고, 광주시민에게는 무한한 자긍심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호남권 시장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광주점이 1995년 개점 이후 약 30년간 지역 백화점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해왔고,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며 현재 광주점 확장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광주 신세계는 반도체 클러스터 논의 이전부터 이미 확장 계획을 준비해왔다”며 “2028~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호남권에서 이미 기존 점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영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규 진출보다는 기존 점포의 경쟁력 유지와 상권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메가 프로젝트의 파급효과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투자와 인구 유입이 이어질 경우 호남권 소비지형과 유통기업의 출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정부의 입지 확정과 투자 규모, 기업 이전 속도가 생활경제 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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