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박사 학위가 더 이상 취업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이후 박사학위 취득자가 빠르게 늘면서 고급 인력 공급은 확대됐지만 이들을 흡수할 안정적인 연구·교육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2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만498명 중 현재 직장에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66.7%로 집계됐다. 반면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실업자 비율은 27.7%,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5.6%였다.
이에 따라 구직 여부와 관계없이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신규 박사 비율은 33.3%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 신규 박사 미취업 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박사의 미취업 비율은 2018년까지 25.9%로 20%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9년 29.3%로 오른 뒤 28~29%대에서 등락했다. 이후 지난해 30%대 중반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 폭도 3.7%p로 조사 이후 가장 컸다.
이 같은 현상은 박사학위 취득자 증가 속도와 노동시장 흡수력 간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학부·석사 학위 취득자 증가세에 비해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2000년 6000명대에서 2017년 1만4000명대로 2배 이상 증가했고 2024년에는 1만7528명까지 늘었다.
박사급 인력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박사 배출 규모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학 전임교원, 정부출연연구기관 정규직 연구원, 대기업 연구개발 정규직 등은 대표적인 박사급 일자리로 꼽히지만 신규 박사 증가분을 모두 흡수하기에 규모가 제한적이다. 특히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전임교원은 지난해 기준 8만6701명으로 전년보다 617명 줄어든 반면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은 15만3923명으로 4261명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존 조사에서도 확인돼 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21년 박사인력활동조사’에서 “박사인력의 고용률은 84.5%로 높으나 이 중 박사학위에 맞는 일자리 취업 비중은 45.4%로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연구직 취업 비중도 39.5%로 박사급 일자리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사 학위가 곧바로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박사 인력 내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학위 취득자 수가 늘면서 박사 학위 자체의 희소성은 낮아졌고 전공·연구 실적·경력·소속 대학·산업 수요 등에 따라 취업 성과가 갈리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청년 박사들의 노동시장 진입난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30세 미만 응답자 569명 가운데 미취업자 비율은 5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세 미만 신규 박사 2명 중 1명 이상이 학위 취득 이후에도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청년 박사층에서는 구직 활동 자체를 멈춘 비경제활동인구도 빠르게 늘었다. 30세 미만 신규 박사 중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은 2024년 2.6%에서 지난해 7.9%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경력 없이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젊은 박사일수록 학위 취득 이후에도 취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체 박사 취득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30~34세에서도 미취업 비율은 44.2%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35~39세 32.8%, 50세 이상 22.7%, 40~44세 22.1%, 45~49세 16.6% 순이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미취업 비중은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박사 인력의 취업난을 국내 고급인력 수급 구조의 문제로 보고 박사 인력 배출 규모와 전공별 산업 수요, 연구 일자리의 질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조가원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박사인력활동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우수 핵심인재를 육성·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경력, 일자리 등과 같이 주요 정책현안을 고려해 지속적인 관련 조사와 분석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