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00조 메가프로젝트, 기업보다 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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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00조 메가프로젝트, 기업보다 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비즈니스플러스 2026-06-29 16:21: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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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거대한 구상은 늘 사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역사는 거대한 구상보다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인 실행력을 기억한다. 29일 정부가 내놓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향후 10여 년간 약 2000조원 규모의 미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은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산업정책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젝트다.

구상은 분명 야심차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호남에는 반도체 생산기지, 충청에는 AI 반도체 패키징과 데이터센터, 영남에는 피지컬 AI 제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은 산업 경쟁력과 국가 균형발전을 동시에 겨냥한다. 하나의 산업단지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첨단 제조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발상도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AI 인프라와 반도체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중국은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AI 시대의 패권은 결국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제조업을 누가 먼저 연결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가 돈을 쓰는 사업이 아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향후 10년 이상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완성되는 프로젝트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실적이 아니라 한 세대에 가까운 시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초장기 사업이다. 반도체 업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도 급변한다. 그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은 기업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기업이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보고회에서 "정부는 기업에 손실과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환경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밝혔다. 방향은 정확히 맞다. 이제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실행이다.

이날 정부는 규제 혁신과 전력·용수 인프라 확보, 인재 양성, 세제·금융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이번 국민보고회에서 아쉬움을 남긴 장면도 있었다.

각 부처 장관들이 잇달아 나와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이었다. 정부의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전략사업이 행정조직 중심의 행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메가프로젝트는 발표 횟수가 아니라 실행 속도로 평가받을 것이다. 정책이 이벤트처럼 소비되는 순간 시장은 오히려 신중해진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정부가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대기업 투자 발표가 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부각하는 데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정부로서는 이런 논란 자체가 장기 프로젝트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불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정책 성과다.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송전망과 용수 인프라가 계획대로 구축되는 모습을 시장이 확인한다면 정치적 논란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된다. 반대로 기업에는 투자만 요구하면서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프로젝트 역시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경제는 현재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고, AI 시대는 산업혁명처럼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오는 구조적 변화다. 여기서 뒤처지면 단순히 반도체 경쟁력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 전체의 국제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결국 기업의 투자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앞으로 시장은 대통령의 격려보다 규제 완화 속도를, 장관들의 발표보다 송전선 하나가 얼마나 빨리 연결되는지를 더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국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에서 갈린다. 정부가 기업을 투자의 주체로 존중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꾸준히 제공할 때 비로소 '한반도 공장'이라는 구상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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