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도 웃지 못하는 정유업계…역마진·손실보전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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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도 웃지 못하는 정유업계…역마진·손실보전 '복병’

이데일리 2026-06-29 16:2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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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원유 공급 차질 우려는 완화됐지만 국내 정유업체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급하게 떨어지며 재고평가 손실로 수익성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데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보전 규모가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를 소폭 인하했지만, 제도 자체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며 정유사들의 기회손실도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으로 막혔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조치가 완화하며 국제 원유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에 국제유가도 하락하는 추세다. 4~5월 110달러를 웃돌기도 했던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73달러 안팎에서 움직임을 보였다. 전장 종가인 71.99달러 대비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안정화하며 국내 주유소들의 휘발유·경유 판매 최고가를 묶어뒀던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하향 조정됐다. 정부는 지난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L)당 150원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3월13일 석유 최고가격제가 도입된 이후 106일 만의 첫 하향 조정으로, 주유소 기름값은 2000원대에서 1800원대로 낮아졌다.

원유 수급난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정유업체들은 좀처럼 안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했지만, 정부와 정유업체 간 눈높이가 다른 탓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상한제가 없었을 때의 기회비용을 손실 보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정부는 최근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입한 원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명시했다.

최고가격제는 말 그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석유제품 판매가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으로, 시장가가 치솟아 서민 생활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될 때 시행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약 4조원 규모의 손실을 추산하고 있지만, 정부가 고시한대로 원가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손실보전 규모는 업계 추산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고민거리다. 가격이 높았을 때 구매한 원유를 원재료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유가와 함께 제품 가격도 함께 떨어질 경우 오히려 역(逆)마진을 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유가가 하락할 경우 기존에 사놓았던 원유의 가치도 떨어지며 장부상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정유업은 대규모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는 빠른 사이클이 특징인데, 최고가격제 탓에 충분히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 주기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곧 석유최고액정산위원회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손실 규모 산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원가 산정, 마진 결정, 지급액수 등을 심의하는 조직으로, 회계·법률, 석유시장 분야 전문가 등 20인 이내로 구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가 기준이라고 고시했지만, 그 원가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인정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회사마다 원가 산출 방식이 다를 텐데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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