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정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공식 낙점하며 대대적인 첨단 산업 지형 재편에 나섰다.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부는 서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전공정 팹(Fab) 4기를 구축하겠다는 초대형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당대회 표심 등을 의식한 선거 공학적이고 급조된 대규모 투자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인프라·에너지 측면을 분석해 보면 서남권은 수도권의 전력계통 한계를 타개하고 글로벌 첨단 규제를 극복할 '준비된 최적의 배후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전력망 손실 최소화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반도체 미세 공정은 24시간 끊김이 없고 전압과 주파수가 균일한 고품질 전력 수급이 핵심이다. 현재 경기도 용인 일대에 조성 중인 수도권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계획은 총 16GW에 이르지만 이 중 11.5GW를 강원도나 영남 등에서 장거리 송전선로를 가설해 끌어와야 하는 계통 수급 불균형을 안고 있다.
수도권처럼 송전선로 길이가 극단적으로 길어질수록 전력 송전 과정에서의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국가 전력계통의 신뢰성 및 주파수 변동 위험이 상시 가중된다.
반면 전력 자립도가 이미 200%를 초과하는 서남권은 발전원과 대규모 소비처를 동일 권역에 배치하는 '전력 지산지소'를 실현할 수 있어 송전선 길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구매 조건으로 강제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 측면에서도 서남권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수도권의 경우 인근 부지 부족으로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기가 불가능해 장부상의 인증서(REC) 거래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서남권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배경으로 직접 PPA 체결이 가능해 탄소 없는 친환경 제조 공정을 원천 증명할 수 있다.
기상 상태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간헐성 리스크는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연간 약 42TWh 생산)에서 발생하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 부하와 고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LNG 열병합 발전 계통을 유연하게 제어하는 '초광역 에너지 믹스'로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
▲ 일 100만 톤 이상 공급가능한 용수
반도체 미세 공정에서 화학 물질 제거와 클리닝을 완벽히 이행하는 '초순수(Ultrapure Water)'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공업용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남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배정될 용수는 하루 100만톤 이상으로 수립돼 있다.
정부는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에 걸쳐 구축된 7개 다목적 댐(총 저수 용량 약 15억톤, 일 337만톤 공급 중)의 수계를 과학적으로 조정해 이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력 발전 방류 목적 위주였던 보성강 수력 전용 댐의 물그릇을 키워 공업용수로 직접 유치하고 상류에 위치해 최상급 수질을 자랑하는 주암댐 상류 유입수를 세정 공정의 정밀 원수로 공급한다.
여기에 저수량이 1억톤에 달하는 나주호, 장성호 등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의 잉여 유량을 과학적 통계 정보에 기해 조율·수거하고 지역 농민들과의 상생 동의를 바탕으로 한 농업용수 재배치 시스템을 연계해 가뭄 복원력과 공업용수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반도체·AI 인재 양성 위한 '한국형 리서치 트라이앵글' 구축
올해 4월 서남권은 GIST, 전남대,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가 손을 맞잡은 '한국형 리서치 트라이앵글' 공동 협동망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각기 대학의 원천 설계 및 실리콘 공정, 전력반도체 특화 역량을 결집해 산학 혁신 거점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 자산 IP 기업인 영국의 암(Arm) 본사와 손잡은 '지스트-암(GIST-Arm) 스쿨'은 향후 5년간 1400명의 실무 즉시 투입형 시스템 반도체 설계 인력을 대대적으로 양성하여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보강한다.
여기에 광주 첨단지구에 입지한 최상위권 하드웨어 연산 능력의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서남권에서 설계되고 제조되는 차세대 NPU 칩들의 상호 학습 및 설계 오차 개선을 가속하는 즉각적인 실증 테스트베드를 제공할 수 있다.
▲ 계통 송전 포화 해결과 도수 관로 확보는 과제
물론 메가 클러스터가 실질적 작동에 들어가기 전 선행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서남권 일대는 이미 대대적으로 보급된 민간 태양광 자원들로 인해 한국전력 공용 송배전망의 연계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전남 지역의 송전 여유 잔여 용량은 2031년 이후 권역 내 13개 주요 변전 및 계통 거점 모두가 '여유 용량 없음'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돼 있어 한전과의 전력망 보강 및 전력 계통 고도화 인프라 선행 투자가 담보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에 기한 극한 가뭄 상황 하에서도 흔들림 없는 급수가 가능하도록 대규모 도수 비상 관로의 신속 준공 그리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파격적 규제 철폐 특례와 원스톱 행정 패스트트랙의 가동도 수반되어야 할 핵심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X를 통해 "서남 해안은 발전에서 장기 소외됐던 탓에 역설적으로 반도체와 같은 첨단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광활하고 안정된 가용토지가 남아 있다. 게다가 용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의 핵심 화두인 RE100을 충족할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어 반도체와 AIDC 등 전기를 대량 소비하는 최첨단 미래산업의 세계적 최적지로 꼽힌다"며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특정 지역 소외론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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