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강력범죄에 한해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는 현행 연령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잇따른 강력 소년범죄로 처벌 강화 여론이 커지면서 조건부 연령 하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정부 안이 수정된 배경에는 사회적 대화협의체 결론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국민 여론 사이의 간극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4월 열린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 대부분이 현행 유지를 주장한 반면 일반 시민들은 기준 하향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 같은 논의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중대한 범죄’의 구체적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앞으로 법무부가 형법 개정안 등을 참고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발의된 형법 개정안을 보면 살인, 강도, 강간·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을 중대한 범죄로 명시했다. 또 소년원에 3차례 이상 송치된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된 제도라는 점에서 변화한 사회 환경을 반영해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촉법소년 범죄는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 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 2021년 1만1677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약 81% 늘었다.
연령별로는 형사책임 직전 연령인 13세에 범죄가 집중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 8만9674명 중 13세가 4만5447명으로 전체의 50.6%를 차지했다. 뒤이어 12세가 2만3977명(26.7%), 11세가 1만2068명(13.4%), 10세가 8182명(9.1%) 순이었다.
또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촉법소년 증가에 따라 소년 보호관찰을 받는 촉법소년도 5년간 2.2배 증가했다. 특히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이 성인의 3배인 12~13%대에 머무는 등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및 재범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흐름을 근거로 일각에서는 과거에 비해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 또한 높아졌을뿐더러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형사책임 범위를 일부 확대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조건부 하향을 담은 정부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13세 청소년은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현재는 형사처벌 대신 보호자 감호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0단계의 보호처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준 연령을 낮춰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실제 범죄 예방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어린 나이에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을 경우 교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청소년 범죄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형사책임 연령 기준을 16세에서 14세로, 소년원 송치 가능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췄음에도 소년범죄 감소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엄벌주의 기조를 강조해 온 미국에서도 처벌 강화가 재범률 감소로 이어졌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는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은 지난 3월 발표한 성명에서 “조기 형사처벌이 촉법소년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보호·교육 기회를 상실시켜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범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지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동·청소년 및 인권단체들 역시 소년범죄 대응을 엄벌주의 중심에서 벗어나 회복적 사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아동 인권 보호와 범죄 예방 효과 간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연령 하향을 둘러싼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제도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정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방안은 정책적 타협을 택한 결과로 보인다”며 “명확한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범죄에 한해서만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방식이 실제 범죄 예방이나 처벌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중대범죄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판단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적용 기준을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또 제도 시행에 앞서 ㅇ일선 수사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후속 대책을 마련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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