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돈줄 동시에 죈다…국회發 건설 압박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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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돈줄 동시에 죈다…국회發 건설 압박 패키지

폴리뉴스 2026-06-29 15:19:31 신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22대 국회의 시계가 건설업계를 향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 3%(상한 1000억 원)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과, 민간 건설공사의 자금흐름을 발주처가 직접 통제하도록 강제하는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개정안이 동시에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한쪽은 '처벌'을, 다른 한쪽은 '돈줄'을 겨눈다. 여야 의원 10여 명이 발의 또는 공동 서명에 이름을 올렸고, 건설업계는 "사실상 영업하지 말라는 신호"라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6월은 두 법안의 운명을 가를 분기점이다.

▶ 지방선거 끝나자 다시 켜진 건안법… 문진석·윤종오 라인 vs 건설업계

건안법 논의는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다시 점화됐다. 국회 원구성 협상이 빨라지면서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일정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건안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안(2025년 9월 발의, 19인 공동),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안(2025년 12월 발의, 14인 공동) 등 총 3건이며, 모두 발주자·시공자·설계자·감리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형사·행정 책임을 묻는 구조를 공유한다.

논쟁의 진앙은 처벌 수위다. 문 의원안은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의 3% 이내(상한 100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발주자에게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까지 적용된다. 지난 4월 13일 국토위 공청회에서 건설업계 진술인은 "매출 3% 과징금은 영업이익을 통째로 토해내라는 것이며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과의 이중·삼중 규제를 반대 논거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발의 측의 논리는 명확하다. 문 의원은 "반대 측조차 제정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사후 처벌인 중대재해법과 달리 건안법은 발주 단계부터 안전 책임을 분산시키는 사전 예방법"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건설노동자가 죽지 않고 다치지 않으려면 건안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와 발을 맞추고 있다. 노사정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과징금 산정 방식·발주자 형사책임 범위가 끝까지 남은 쟁점이다.

▶ 여야 8인 합작 건산법, 중견사 자금흐름 직격

처벌이 한 축이라면, 자금은 또 다른 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4월 30일 전체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공공공사에만 적용되던 전자대금지급시스템(하도급지킴이)을 일정 규모 이상 민간공사로 확대하고, 발주자가 원도급사를 거치지 않고 하도급업체·건설기계 대여업체·자재 납품업체에 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주목할 대목은 발의 의원 명단이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2024년 8월 첫 발의의 포문을 연 뒤, 민주당 윤종오·문진석·송기헌·김주영·박홍배·이용우·염태영 의원이 잇따라 유사 법안을 내놓았다. 9건의 발의안이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 의결됐다. 여야 8인이 한 방향으로 합작해 건설사 자금흐름에 손을 댄 이례적 구도다.

업계 반응은 갈린다. 영세 전문건설업체와 건설기계 대여업체는 환영 일색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를 마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임금·하도급 체불의 구조적 고리를 끊을 출발점"이라며 공식 환영 논평을 냈다.

반대로 중견 종합건설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재건축·재개발·PF사업장은 시행사–시공사–수분양자–금융권이 얽힌 복합 자금구조여서, 발주자가 원도급사를 건너뛰고 하도급·자재·장비업체에 직접 송금하는 방식이 적용되면 현금흐름 운용의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여러 현장의 자금을 회전시키며 사업을 끌고 가는 게 현실인데, 이 통로가 막히면 사실상 한 현장이라도 미분양이 나는 순간 그룹 전체가 흔들린다"고 토로했다. 법안은 법사위·본회의를 거쳐 통과될 경우 2027년 1월 시행, 과태료 규정은 2028년부터 적용된다.

▶ 처벌과 통제 사이… 시행령 전쟁이 진짜 승부처

두 법안의 공통점은 모두 시행령에 핵심을 위임했다는 점이다. 건안법은 과징금 산정 시 '매출액 3% 이내'라는 상한만 두고 실제 부과 기준·감경 사유는 하위 법령에 맡겼다. 건산법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민간공사"라고만 규정해, 적용 대상 공사의 기준선이 어디서 그어지느냐가 산업 영향의 향배를 결정한다.

건설업계가 지금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점도 여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법안 취지 자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용 규모, 예외 규정, 단계적 시행 여부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체불 방지라는 공익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현실을 같이 봐야 한다"며 "적정공사비 확보·설계변경 정산체계 개선·물가상승분 반영 같은 구조 개혁 없이 처벌과 자금통제만 강화하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치는 위기의 무게를 말해준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신청한 건설사는 55개사(워크아웃 1·법정관리 54·상장폐지 1)에 달했고, 폐업 신고는 하루 평균 1.6곳으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사들조차 원가율 상승과 미분양 누적으로 1분기 실적이 흔들렸다. 이런 환경에서 처벌과 자금통제가 동시에 가해지는 입법 패키지가 통과될 경우, 중견·중소 건설사의 체력은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결국 6월은 두 법안의 운명만 가르는 시점이 아니다. 국회가 건설산업의 안전과 자금 흐름에 동시에 개입하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이 굳어질지, 아니면 시행령 단계에서 산업 현실과의 접점을 찾을지가 판가름 난다. 건설업계와 정치권의 공방은 본회의장이 아닌 시행령 협의 테이블로 이미 옮겨가고 있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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