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한때 차기 사령탑 1순위로 검토했던 제시 마치(52·미국) 감독이 캐나다를 이끌고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같은 날 홍명보 감독은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탈락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캐나다 축구대표팀 / 캐나다 축구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캐나다는 29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과의 대회 32강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이어진 팽팽한 승부 끝에 스테픈 유스타키오(로스앤젤레스 FC)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골문 왼쪽 하단으로 빨려 들어가며 승부를 갈랐다. 남아공 골키퍼 론웬 윌리엄스(마멜로디 선다운스)가 몸을 날렸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나선 캐나다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조별리그 통과에 이어 첫 16강 진출까지 새 역사를 썼다. 조별리그에서는 카타르를 6대 0으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신고했고, 1승 1무 1패로 B조 2위에 올라 토너먼트 티켓을 따냈다. 캐나다는 다음 달 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16강전에서 네덜란드-모로코전 승자와 만나 8강행을 다툰다.
남아공은 지난 25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한국을 1대 0으로 제압하며 1승 1무 1패, 조 2위로 사상 첫 토너먼트 무대를 밟았으나 캐나다전 패배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남아공 축구대표팀 / 뉴스1
경기 후 마치 감독은 캐나다 선수단을 향해 진한 격려를 전했다. 그는 "여러분은 진정한 캐나다의 영웅이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이 스포츠를 즐길 아이들을 위한 영웅이다. 여러분 덕분에 이 스포츠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또 이 경기를 정말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여러분은 결코 믿음을 잃지 않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득점 하나하나, 순간순간마다 그랬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축구대표팀 제시 마치 감독 / 캐나다 축구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마치 감독은 2024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새 사령탑을 찾던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1순위로 추천했던 인물이다. 협회는 마치 감독과 협상을 진행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국내 거주 요건과 세금 문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이 선임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국회 청문회로까지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그 이후 약 2년간 대표팀을 이끌며 이번 월드컵까지 동행했다. 그러나 한국은 본선에서 1승 2패, A조 3위에 그쳤다.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다른 조 3위 팀들의 승점과 골득실 결과에 따라 32강 진출 여부가 갈리는 상황에 놓였고, 지난 28일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대 1로 꺾으면서 한국의 진출 가능성이 모두 사라졌다. 홍명보 감독은 29일 새벽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베르데 바예 베이스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후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감독 / 뉴스1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그간 지적되어 온 전술적 문제점들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친선경기에서 한국을 5대 0으로 완파한 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한국이 중간에서 압박을 시도했으나, 이스테방의 선제골 이후 수비 간격이 벌어지면서 전방에서 경기 주도권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스리백 전술의 허점을 짚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후에도 스리백 전술을 본선까지 고집했고, 결과적으로 피파 랭킹 하위권인 남아공에 패했다. 남아공을 이끈 휴고 브로스 감독은 지난 25일 경기 후 "오늘 한국 팀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오늘은 우리가 한국보다 전술적으로 조금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남아공을 꺾은 캐나다의 제시 마치 감독 역시 남아공이 한국보다 전술적으로 더 나은 팀이었다는 평가를 남겼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어두운 표정으로 포착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 / 뉴스1
남아공전 패배 이후 홍명보 감독은 패인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25일 "뭔가 쉽게 '답이 이거다' 하고 저희가 찾지는 못하고 있다. 저희도 솔직히 지금 이게 왜 갑자기 이런 지에 대해서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선임 2년 만에 자진 사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홍명보 감독 사임으로 대한축구협회는 다시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내 지도자 선임과 외국인 감독 선임 가운데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축구계에서는 감독 개인의 역량보다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장기적인 대표팀 운영 철학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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