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낸다. 은행지주 특별점검 결과, 2023년 도입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일부 금융사에서 경영진의 ‘참호 구축’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제도 취지와 다르게 운영된 사례가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연임 절차와 성과보수 체계를 손질하는 한편, 사업자대출과 취약계층 보호, 인공지능(AI) 내부통제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2026년 상반기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을 열고 은행지주 8개사와 은행 20개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 결과와 내부통제 강화 방향을 공유했다.
금감원은 점검 과정에서 사외이사 제도와 CEO 승계 절차가 경영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 단계에서는 이해상충과 독립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고, 최종 후보도 내부 추천 인사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현 CEO 체제에서 구성된 이사회가 CEO 경영승계 절차에 참여하거나 이사회가 수동적·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경영진 견제 기능도 미흡했다.
CEO 승계 절차에서도 개선 과제가 드러났다. 현 CEO에게 유리하도록 승계 절차를 변경하거나 후보자 평가 기록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의사록 관리가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 형식적인 후보군 관리와 외부 후보군에 불리한 경쟁 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성과보수 체계 역시 손질 대상이다. 금감원은 개별 이사의 보수 산정 근거와 적정성에 대한 주주 정보 제공이 부족했고, 보수위원회 임원이 자신의 보수 결정에 참여하는 이해상충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도한 위험 추구를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수체계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출범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이사회 권한·책임 강화 ▲CEO 선임·연임 통제 강화 ▲성과보수 운영 합리성 제고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자대출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최근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점검 과정에서 사후점검 생략, 자금 용도 부실 점검, 현장점검 미실시 등 미흡 사례를 확인하고 이를 은행권과 공유했다. 아울러 용도 외 유용에 대한 철저한 사후점검과 위반 내용의 체계적 관리, 영업점과 독립된 조직을 통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당부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서는 연체관리부터 채무조정까지 전 과정에서 채무자 권익 침해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부적정한 주택경매 신청과 추심 연락 횟수 제한 위반, 기한이익 상실 예정 및 채권 양도 예정 사실 통지 누락 등이 대표 사례다. 금감원은 업무체계와 시스템을 신속히 개선하도록 지도하고 법령 위반 사항은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곽범준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AI 기술의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내부통제 및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며 “모든 임직원이 금융사고 예방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내부통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소비자 권리 행사와 연체채권 관리 등의 영역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내부통제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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