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MVNO) 육성에 팔을 걷어 붙였다. 최근 중소 알뜰폰 사업자 지원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8월에는 ‘풀MVNO’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단순히 도매대가를 인하하는 수준을 넘어 이동통신3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이전 발표를 목표로 풀MVNO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최근 발표한 전파사용료 감면 확대, 데이터 안심옵션(QoS) 확대 적용에 이어 풀MVNO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핵심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정부는 최근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사용료 감면율을 기존 50%에서 90%까지 확대하고 감면 기한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이동통신3사 가입자에게 우선 적용하기로 한 QoS를 알뜰폰 이용자에게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원책이 알뜰폰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동통신3사 중심의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으로 풀MVNO 육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따라서 8월 이전 발표될 종합대책에는 풀MVNO 육성뿐 아니라 도매대가 사전규제 전환 입법 추진, 인수·합병(M&A) 활성화, QoS 확대 등 알뜰폰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부 방안이 함께 담길 전망이다.
풀MVNO는 단순히 망만 임대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유심(USIM) 운영, 고객관리 시스템, 요금제 설계 역량 등을 확보한 사업자를 말한다. 풀MVNO의 경우 서비스 운영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만큼 요금제와 서비스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풀MVNO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망 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격적인 도매대가 인하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망 투자와 설비 구축을 전제조건으로 할 계획이다. 단순히 도매요금만 낮춰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 능력을 갖춘 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 중 자체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는 한국케이블텔레콤(KCT) 한 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이동통신 가입자 위치인식 장비만 형식적으로 보유 중인 것이 현실이다. 알뜰폰의 경우 이용자 서비스 관련 투자 미흡으로 인한 이용자 불만이 예전부터 계속돼왔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들이 알뜰폰을 대포폰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신상 파악, 위치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설비투자나 이용자 보호 관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예전부터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풀MVNO 운영을 위해 최소 400만~500만명 수준의 가입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이 같은 가입자를 확보한 곳은 없다. 개별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가입자를 늘려 풀MVNO 조건을 충족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 간 M&A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특히 M&A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가입자 이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 이전 절차가 간편해지면 사업자 간 통합이 쉬워지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풀MVNO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스테이지파이브다. 스테이지파이브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풀MVNO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풀MVNO 자격을 확보하면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정부는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풀MVNO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능력이 필수인 만큼 재무건전성을 우선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풀MVNO를 추진하는 이유는 알뜰폰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상당수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의 도매조건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경쟁과 서비스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풀MVNO가 안착할 경우 알뜰폰 사업자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도매시장 경쟁이 활성화돼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통신비 절감 효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 등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설비를 설치해 풀MVNO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지국 등 장비 설치나 네트워크 운영비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예전 CJ헬로비전도 풀MVNO를 검토했지만 결국 추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