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신규 투자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오직 속도전만이 살 길"…AI 패권 경쟁에 직접 뛰어든 대통령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 전쟁은 총력전인 동시에 국제전이기도 하다"며 "연산과 추론을 담당하는 반도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데이터센터, AI를 구현할 피지컬 AI, 그리고 전력·용수 등 기초 인프라까지 국가적 대경쟁 전선이 무한히 확대되고 있다. 오직 속도전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 내에 해당 사업을 직접 담당할 직할 담당관을 두고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대통령이 직접 신속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국가 최우선 과제로 반도체·AI 인프라 구축을 지목하며 청와대 직할 체계로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용인·평택은 이미 한계…서남 해안이 새 거점으로
이날 발언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기존 반도체 거점에 대한 직설적 진단이었다. 이 대통령은 "용인, 평택을 중심으로 한 사이트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전력, 용수 등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계획된 사이트를 신속하게 완료하고, 속도를 매우 앞당겨 이뤄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평택 일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반도체 생산·연구 거점이 밀집한 지역이다. 수도권과의 인접성, 기존 공급망 인프라 등으로 지금까지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지역은 전력망 포화와 용수 확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추가 부지 확보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이 지역 한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새 거점을 선언한 것은,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의 방향이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분산 체제로 전환될 것임을 공식화한 신호로 읽힌다.
왜 서남권인가…"용수·신재생에너지·용지 3박자 갖춘 곳"
이 대통령은 서남 해안 일대를 새 사이트로 선택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호남 지역이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기회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며 "용수도 풍부하고,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이 서남 해안 일대"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용수가 풍부하고 안정적인 용지가 풍부한 지역을 새로운 사이트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이 지역을 3대 목표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전력과 용수는 핵심 생산 요소다. 첨단 반도체 팹 하나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웬만한 중소도시 전체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이며, 초순수 용수 확보도 생산 안정성을 좌우하는 변수다. 서남권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해안 인접으로 취수 여건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서남권에 8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집중된다는 발표는 단순한 지역 개발 차원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산 기반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산업 대도약 비전과 성장전략, 반도체2.0, 피지컬 AI 관련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균형발전과 기업 수요가 일치한 결과"…손실 강요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 계획이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과 기업 수요가 일치한 것"이라며 "기업에 손실이나 위험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 스스로 서남권의 입지 조건—풍부한 전력·용수·부지—을 평가해 투자처로 선택했다는 논리다.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와 기업의 실리적 판단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남권 반도체 분야에 800조 원, 충청권에 81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3대 메가프로젝트, 대통령 직할로 속도 낸다
이번 국민보고회에서 이 대통령이 발표한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기존 용인·평택 클러스터의 계획된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완료한다. 둘째, 전력·용수·부지 여건이 갖춰진 서남 해안 일대를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 거점으로 개발한다. 셋째, 청와대 내 직할 담당관을 신설해 3대 메가 프로젝트 전반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한다.
이 구도는 AI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속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주요국이 반도체·AI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국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기존 클러스터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는 새 판을 짜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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