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4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 처분이 아닌 불구속 기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종합특검팀과 홍 전 차장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홍 전 차장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종합특검팀 내부 기류는 다른 분위기다.
“홍장원이 내란중요임무종사? 쉽지 않을 것이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에 몸담았던 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CIA(미 중앙정보국) 문건 전달 과정과 국군방첩사령부·경찰 연락망 유지 등의 의혹을 받는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이를 근거로 홍 전 차장이 12·3 내란에 가담했다고 본다.
강도 높은 조사
홍 전 차장이 지난 26일까지 종합특검팀에 소환된 것만 네 번째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 협력했다고 보고 있다. 홍 전 차장 외에도 조태용 전 국정원장, 김남우 전 기획조정실장, 황원진 전 2차장, 윤오준 전 3차장 등도 내란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종합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정원이 미국 정보기관 등에 접촉해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의 경우 CIA 문건 외에도 방첩사·경찰의 연락망을 유지해 내란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판단한다.
국정원 1차장 산하에는 방첩공유센터, 안보전략센터, 대테러상황실 등의 상설 조직이 존재한다. 이 조직은 항시 군·경찰·방첩사·소방청·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연락망을 유지한다.
홍 전 차장이 “방첩사·경찰과 연락망을 유지하라”고 지시한 게 내란에 동조하라는 게 아닌 ‘동요하지 말고 본래 하던 업무에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사라진 이후 국정원과 방첩사·경찰은 안보 수사 관련 소통을 빈번하게 진행해 왔다.
종합특검팀은 연락망 유지를 통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전달받은 ‘정치인 체포’에 가담하려 했던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러나 내란 특검팀은 국정원이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법조계에서도 홍 전 차장에 대한 수사가 무리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첩사·경찰 연락망 구축은 통상 업무 계엄 비상기구 안 만들어
합수본에 요원 지원·파견 논의? 부서장 회의서 한 번도 언급 안 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검찰 관계자는 “정보사를 조사한 이후 국정원도 가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 바 있다. 국정원이 계엄사 구성 및 합동수사본부에 인원을 파견하지 않았고 파견을 시도한 정황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성립되려면 국정원이 합동수사본부에 인원 파견 또는 지시했거나 계엄 관련 비상 기구 및 태스크포스(TF)를 따로 만들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보기관 내부에서도 홍 전 차장이 말한 내용이 12·3 내란에 협조하라는 지시였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홍 전 차장의 보좌관이 재판부에서도 증언했던 내용이 핵심이다. 모든 사람이 홍 전 차장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조 전 원장이 게시판에 ‘홍장원 경질’ 글을 썼던 것만 봐도 내란에 협력했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도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국정원 간부들이 진술한 내용을 언급했다. 주로 정무직 회의와 그가 주관한 부서장 회의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그가 주관한 부서장 회의에서는 ‘합동수사본부’라는 단어가 언급된 적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 간부들도 종합특검팀에 홍 전 차장이 ‘합수본에 국정원 직원들을 보내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무진들, 계엄 상황 따른 국정원 업무 내용 정리
"지시 아닌 단순 메모 차원" 홍 직접 지시 안 받아
합수본이 언급된 경위는 이렇다. 10여분 남짓의 정무직·부서장 각 회의에 참석한 담당자들은 회의 내용을 정리해 부하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뉴얼을 검토하고 확인해 봐라”는 지시를 받은 실무진들은 계엄 상황에 따른 메뉴얼 대로 국정원이 해야 하는 업무를 노트에 정리해 보고했다.
홍 전 차장→부서장→실무진들로 이어졌는데 실무진들의 노트에는 ‘방첩사 컨택 유지’ ‘경찰청 컨택 유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결론적으로 홍 전 차장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홍 전 차장이 내란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종합특검팀의 논리가 맞아떨어지려면 크게 두 가지를 반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차장과 조 전 원장의 독대, 그의 해임이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직후 열린 국정원 간부 회의가 끝난 뒤 조 전 원장을 별도로 만났다. 홍 전 차장 측은 종합특검팀이 그리고 있는 ‘계엄 협조’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본다.
CIA 문건도 마찬가지다.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을 패싱해 국정원 해외정보국장에게 직접 지시한 내용이다. 이 국장은 종합특검팀에 “홍 전 차장에게 ‘원장이 이런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고 홍 전 차장은 별다른 반응 없이 없었다. 책상에 앉아서 다른 생각. 그러니까 먼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선 무관심하게 ‘알겠다’고 만 했다”고 진술했다.
문건이 전달된 시간도 중요하다. CIA 문건이 안보실에서 국정원으로 전달된 건 2024년 12월4일 아침이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다. 현재 종합특검팀은 내란 종료 시점을 10일 늘린 같은 해 12월14일로 판단했다.
수사 오류?
홍 전 차장이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의 피의사실도 특정되지 않았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되려면 윤석열씨로부터 지시받았던 “방첩사를 도와라”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와 연관된 조치가 이뤄졌거나 소환 조사 사유에 관련 내용이 적시돼있어야 한다. 종합특검팀이 홍 전 차장을 불러내기 이전까지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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