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도 징역 5년 선고…"죄질 매우 불량하고 피해 회복 안 돼"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직장 동료에게 1억을 뜯어낸 데 이어 사기 조직의 자금세탁까지 도운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준사기, 사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회사 동료 B씨에게서 109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비용, 대출 상환금, 주유비 등 1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채무에 시달리던 A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B씨가 재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이같이 범행했다.
그는 2024년 10월 또 다른 직장 동료 C씨에게 "개복수술을 해야 해서 돈을 빌려주면 보험금을 받아 갚겠다"고 속여 1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는다.
또 A씨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계좌에 입금된 돈을 달러로 환전해 인출한 다음 전달해주면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직원 등을 사칭한 조직원들에게 속은 피해자 3명의 피해금 약 4천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받은 뒤 달러로 환전해 조직에 전달했다.
그는 법정에서 "B씨의 자금 이체는 통상적인 금전 거래에 해당하며 자금 사정으로 변제하지 못했다"며 "C씨에게 빌린 돈 역시 계좌가 동결돼 갚지 못했을 뿐 C씨를 속이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중증의 지적장애가 있는 B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호의와 친절을 베풀며 환심을 산 뒤 B씨가 경제관념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A씨가 C씨에게 받은 돈을 실제 수술비로 사용했는지도 불분명한 데다 C씨와 연락을 끊고 수사기관에 체포될 때까지 도주·잠적하고 그 과정에서도 C씨의 돈을 갚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사기 혐의 역시 인정된다고 봤다.
A씨는 사기 조직 수익금 세탁에 관여한 일 역시 범죄라는 인식 없이 한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A씨의 연령, 사회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아 미국 달러로 환전하는 형태의 금융거래가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은행 직원에게 환전 목적을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스스로 위법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불구하고 각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회복된 것이 없고 피고인은 이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초범인 점, 전기통신 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해 얻은 이익이 거의 없고 범행의 실체나 구조 등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A씨 주장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에서 각 범행을 부인하다가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했으나 이런 사정만으로 양형의 조건에 본질적인 사정변경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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