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딴 덕에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지휘봉을 잡았다.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한 것도 뼈아팠지만, 경기력이 최악이었다. 선수 선발에서 ‘의리 축구’, 그라운드 밖에선 부적절한 회식과 부동산 매입 논란이 뒤따랐다. 그는 자신이 밝힌 원칙을 뒤집었고, 몇 차례 거짓말도 했다. 무책임한 사퇴로 끝났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홍명보니까.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를 맡았다. 2021년엔 K리그 울산 지휘봉을 잡았다. 위기 마다 든든한 인맥이 그를 끌어줬다.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중 홍명보 감독이 라커룸에서 집기를 걷어차며 “이게 팀이야?”라고 선수들에게 고함치는 영상이 공개됐다.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이 장면은 ‘몰카’가 아니었다. 구단이 제작하는 다큐의 일부였다. 그의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홍명보니까.
2024년 KFA가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자, 홍명보 감독이 후임자로 떠올랐다. 그는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의가 없는 것이다. (울산)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홍 감독은 일주일 후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연봉 20억원(급여 분석업체는 38억원으로 추정)을 받게 된 그는 “저는 저를 버렸다. 한국 축구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홍명보니까.
그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어겼다는 논란은 국회와 문체부 감사까지 이르렀다. 결국 정몽규 KFA 회장의 중징계를 요구했고, KFA는 소송을 걸어 1심에서 패소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과정에서 그 어떤 절차적 명분을 찾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보여준 선수 기용도 그렇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역대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전반전에 벤치를 지키다 후반에 투입된 손흥민은 “(전술에 대해)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
조별리그를 마치고 “(경기력이 떨어진)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 2014년엔 지금의 50배는 어려웠다”는 홍명보 감독은 32강 탈락이 확정되자, 바로 사퇴했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라는 회견문을 낭독하고 떠났다.
2012년부터 2026년까지 홍명보 감독은 “원팀이 되어라” “싸워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리더로서 지향점을 설정하거나, 전략·전술을 설득한 적이 없다. 그래도 괜찮았다. 홍명보니까.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과학적이며 소통할 줄 아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직접 경험했다. 지도자가 된 홍명보 감독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스 기질만 보여줬을 뿐이다. 그 처참한 결과를 이번 월드컵에서 모두가 봤다. 팬들이 분노하는 건 성적 부진 때문만이 아니다.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아서다. 홍 감독과 그의 측근들에게서 상식과 동떨어진 말만 들어서다.
이제 축구인들이, 축구 팬이, 그리고 국민이 묻는다.
“이게 팀인가? 이런 팀을 만든 건 당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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