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원인 분석에 나섰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일요시사>와 만나 정체성·조직·전략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어 지방선거 출마자 중심의 지역 조직 강화와 ‘원픽’ 세일즈 포인트 마련을 총선 전 과제로 제시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화성시의원 1명만 배출하는 참패를 당했다. <일요시사>는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를 만나 개혁신당이 생각하는 지방선거 패인을 전해 들었다. 다음은 천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패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개혁신당을 꼭 뽑아야 하는 이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저희는 연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층이 일정 부분 개혁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의 2중대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반대로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는 민주당의 지금 문제점이 당장 급해 민주당을 막아야 하니, 지금 개혁신당을 찍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저희는 사실 평소 여론조사 응답에 소극적인 조용한 다수의 국민이 개혁신당은 극단으로 가지 않고 옳은 얘기를 한다는 것에 호응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들 중 상당수는 투표를 안 하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선 큰 틀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했다. 중도 성향 무당층의 투표율은 대선에 비해 지방선거가 현저히 낮다는 걸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
아울러 99만원 이내 자금만으로 선거를 치르게 하겠다는 전략을 통해 좋은 후보들을 단기간 확보했다. 그런데 기존 정치인보다는 일반인들이 많았다. 지역 기반이 확고하지 않다 보니, 곧바로 표를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당세가 뒷받침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당력에 비해 너무 넓은 지역에서 너무 많은 후보를 출마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선택과 집중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개혁신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좋은 인재를 많이 모시자는 내부적 목표가 있었는데, 그 좋은 후보들이 우리가 원하는 지역에만 다 밀집돼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각 지역별 3인 선거구에 주로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충분히 집중되지 못했던 것 같다. 젊고 열정적인 후보들이 3인 선거구에서 뛰다 보면 뭔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다.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역 조직 없어 선택과 집중 부족”
“지지층 절반 이상 오세훈으로 이탈”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면 어땠겠는가?
▲이 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에 이어 지난해 대선에도 출마했다. 현실적으로 처음부터 고려한 옵션이 아니었다. 이 대표가 지역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분도 필요했다.
-개혁신당 김정철 전 서울시장 후보가 매우 적은 득표를 했다. 일각에선 개혁신당 지지자 일부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한 것 같다고 보는데?
▲일부가 아닐 것이다. 개혁신당은 서울에서 꾸준히 3% 이상 지지를 얻는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는 조사 결과도 많다. 서울로 한정하면, 개혁신당 지지층 절반 이상이 오 시장에게 이탈한 것이다. (여기엔) 2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오 시장의 중도 보수적 성향이 개혁신당 지지층에게 호감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민주당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가 자격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다 여러 논란도 나왔다. 그래서 개혁신당 지지층은 정 전 후보 같은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는 일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그래서 개혁신당 당원조차도 사표 방지 심리에 휩쓸려 갔다.
사실 김 전 후보는 잠재력을 가진 굉장히 좋은 후보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후보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 시장의 체급을 이기지 못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과의 관계에도 지방선거 결과가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영향을 준다. 개혁신당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뼈아픈 지점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개혁신당에 중도 보수 유권자와 2030세대 남성 유권자가 개혁신당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를 훨씬 더 많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우리 당이 2030세대 남성 유권자를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한 적은 없다. 그래도 기존에 개혁신당에 투표한 분들의 표가 결코 안전한 표가 아니란 게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래서 개혁신당은 자만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의 관점에서는 개혁신당의 필요성이 훨씬 낮아졌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과 꼭 연대하지 않아도 중도 보수 성향 후보를 내면 개혁신당 지지층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따라서 개혁신당으로서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서 충성 지지층을 더 제대로 다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힘, 연대 필요성 낮아졌을 것”
“옳은 얘기? 원 픽 이유 만들어야”
-앞으로 국민의힘과 사안별로 연대할지, 독자 노선으로 갈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뭐가 돼야 하겠는가?
▲개혁신당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정책·이재명정부 견제와 관련해 저희가 동의하는 부분은 얼마든지 같이 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을 1년9개월여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저희는 개혁신당이 치른 지방선거를 분석·반성하면서 조직을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이번에 괜찮은 인재들이 많이 유입됐기 때문에 이들이 당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도 자신의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플 것이다.
-개혁신당에서 연구·참고한 해외 제3지대 정당의 사례가 있다면?
▲영국 개혁당·일본 팀 미라이 등 많은 정당을 참고했다. 유럽에서 잘되고 있는 신진 정당은 대개 아주 오른쪽에 가 있다. 그들은 제도권에서 손대기 어려웠던 반이민 담론 등을 토대로 단기간에 지지 세력을 키웠다. 반대로 개혁신당은 중도적 스탠스를 많이 취해 왔다. 그래서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면도 있다.
이 대표가 팀 미라이 안노 다카히로 대표를 만나는 등 저희는 팀 미라이의 성공 사례를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가 주축인 팀 미라이의 AI나 데이터 기반 정당 관련 비전에 대해선 저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일정한 성과도 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정체성은 팀 미라이처럼 완전한 프로그래밍 정당으로까지 가 있지 않다. 그래서 개혁신당에 맞는 모델을 찾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제23대 총선을 약 1년9개월여 앞두고 있다. 개혁신당이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하는 것은?
▲개혁신당 후보들이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지역에 너무 조직이 없어서 어려웠다. 그들을 중심으로 지역 조직을 다져야 한다. 이어 국민께서 개혁신당을 원픽으로 뽑을 만한 세일즈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옳은 이야기를 한다는 정체성·방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개혁신당을 꼭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작업을 더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지방선거 결과에 실망했을 수도 있는 지지층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옳은 얘기를 꾸준히 해 놓는 것은 나름대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빛을 발하거나 표가 되지 않더라도 옳은 얘기를 계속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혁신당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당원·지지자도 개혁신당의 소신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지지해 주신 것 같다.
개혁신당은 지금 쌓아 갈 부분은 더 쌓아 가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당원·지지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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