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떠났지만, 손흥민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었던 소중한 한 페이지가 지워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체제 속에서도 한국은 최종 34위에 머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홍 감독은 29일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이번 대회가 더욱 뼈아프게 남는 이유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인범 등 ‘역대급 전력’을 갖추고도 결과를 떠나 뚜렷한 축구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축구의 ‘상징’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의미가 큰 무대였다. 2014년 브라질에서 첫 월드컵을 경험한 그는 2018년과 2026년에는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고, 2022년 카타르에서는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네 번째 도전이었던 이번 대회는 다시 탈락으로 끝났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손흥민을 향한 활용 방식 자체가 논란이 됐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상대 수비를 흔들었지만, 득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후 교체 타이밍도 빨랐다. 체코전에서는 후반 24분,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12분에 벤치로 물러나며 경기 영향력을 충분히 이어가지 못했다.
남아공전에서는 아예 선발에서 제외되는 강수까지 나왔다. 후반 투입된 손흥민은 거친 압박과 밀집 수비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결과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해결사의 역할을 기대했던 무대는 점점 짧아졌고, 결정적인 장면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앞선 세 차례 월드컵에서 3골을 기록하며 박지성, 안정환과 함께 한국인 월드컵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올라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단독 1위 등극까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공격포인트 없이 대회를 마치게 됐다.
홍 전 감독 체제에서는 손흥민과 두 차례 월드컵을 함께했지만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 ‘손흥민 보유국’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결과로 연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손흥민 활용을 둘러싼 전술적 판단이 대회 흐름을 바꿀 기회를 스스로 제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29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최전방이냐 측면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 구조 전반의 문제”라며 “홍 전 감독 체제에서는 손흥민의 장점을 살릴 여지가 제한적이었고, 해법 없이 같은 방식이 반복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은 포지션이 아니라 경기 흐름에 맞춘 전술 변화인데, 그 결단이 끝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탈락으로 손흥민의 다음 월드컵 출전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다음 대회가 열리는 2030년이면 그의 나이는 만 37세가 된다. 본인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현실적으로는 ‘라스트 댄스’로 여겨졌던 무대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결국 세계 정상급 공격수를 데리고도 한국은 네 번 중 세 번을 조별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흥민이라는 무기는 끝내 다 쓰이지 못한 채 그의 월드컵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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