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면제 약정, 건물주 바뀌면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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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면제 약정, 건물주 바뀌면 안 통한다

중도일보 2026-06-29 10:21: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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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2026년 6월 29일 오전 10_06_48월세 면제 약정, 건물주 바뀌면 안 통한다<사진=AI 생성이미지>

옛 건물주와 맺은 월세 면제 약속이 세무서 기록에 남지 않았다면, 새 건물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놨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1494 판결).

대법원은 지난 6월 25일 상가건물을 경매로 사들인 새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을 상대로 낸 차임 청구 소송에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 세입자는 2013년 4월 건물주로부터 상가 일부를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40만 원에 빌렸다.

계약은 2년마다 갱신됐고, 보증금은 1억 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2020년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새 주인이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불거졌다.

새 주인이 월세 지급을 요구하자, 세입자는 기존 건물주가 써준 각서를 근거로 "월세는 면제됐다"고 맞섰다.

2심은 세입자 손을 들어줬다.

월세 면제 약정이 있었고, 새 건물주도 임대인 지위를 넘겨받은 만큼 그 효력이 이어진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열쇠는 '사업자등록'에 있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에서 사업자등록을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임대차 존재와 내용을 외부 사람이 확인하게 하는 공시 장치로 봤다.

월세 면제처럼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바뀌었다면,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거쳐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에 드러나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 신고가 없었다.

새 건물주가 서류를 확인해도 "월세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알 길이 없었던 셈이다.

대법원은 각서 성격도 다시 짚었다.

월세를 면제한 것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채권을 맞춰 정리한 약정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설령 면제 약정으로 보더라도, 외부에 공시되지 않은 이상 새 임대인을 대항할 수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상가 세입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건물주와 좋은 조건을 합의했더라도, 말이나 각서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증금·월세·임대차기간처럼 계약의 핵심이 바뀌면, 반드시 정정신고로 기록에 남겨야 한다.

상가 임대차에서 권리를 지키는 힘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에서 나온다.
경남=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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