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무너진 순간보다 더 허탈했던 건 홍명보 전 감독이 남긴 마지막 장면이었다.
팬들이 원한 것은 변명이 아니었다.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국민 앞에서의 진솔한 책임 인정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기자회견은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홍 전 감독은 2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힌 그는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끝까지 어딘가 비어 있었다.
홍 전 감독은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대표팀 선임 과정부터 전술 운영, 선수 기용, 월드컵 준비 과정까지 수많은 논란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설명되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왜 이런 결과를 맞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은 끝내 오가지 않았고, 홍 전 감독은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후련한 듯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특히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또 다른 아쉬움을 남겼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걸어 나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 따라 무심하거나 후련해 보일 수도 있었다. 물론 개인의 행동을 단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월드컵 실패 직후 국민 앞에 선 대표팀 감독의 마지막 모습으로는 적절했는지 의문을 남겼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사퇴 발표는 있었지만 해명은 없었던 자리로 남게 됐다. 팬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책임지겠다”는 한마디가 아니라 왜 이런 실패가 반복됐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그래서 홍 전 감독의 마지막 인사는 월드컵 탈락만큼이나 오래 기억될 장면이 됐다. 패배보다 아무 말 없이 끝난 퇴장이 더 큰 허탈감을 남긴 기자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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