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삼성 상대로 '나 홀로 4승'에 1완투패…열흘간 612구 투혼
'마, 함 해보입시더'에 응축된 패기와 낭만…한국 야구 영원한 화두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무쇠팔' 최동원(1958∼2011)의 동상은 그가 청춘을 바친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 세워졌다.
그러나 한국 야구사 불멸의 전설로 남게 된 최동원의 위대한 여정은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즉 잠실야구장에서 정점을 찍었다.
야구팬에게 최동원과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같은 말이다. 7번의 경기 중 4번을 이겨야 우승하는 최고의 잔치에서 최동원은 홀로 4승을 거두는 신화를 썼다.
완투패도 1번 있었으니 그해 대구, 부산을 찍고 서울에서 마무리된 한국시리즈는 최동원을 빼곤 설명도, 이해도 안 되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한국시리즈는 당시 한국야구선수권대회(현재 명칭은 KBO리그) 우승팀을 가리는 그해 프로야구의 마지막 일전이다.
1984년에는 이 축제에 걸맞지 않게 온갖 험담이 난무했다. 전기 리그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의 행태 때문이었다.
전기리그 우승팀과 후기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당시 대진에 따라 삼성은 만만한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삼고자 후기리그 막판 대놓고 져주기 게임을 했다.
거의 모든 야구팬이 이를 알아채 '야바위'(꼼수)라는 말이 언론에 버젓이 등장했다.
최동원은 1984년 정규리그 51경기에 등판해 27승 13패, 6세이브를 기록했다.
전·후기리그를 통틀어 팀당 100경기를 치른 그해 절반 이상의 경기에 등판해 무려 284⅔이닝을 던졌다. 완투 14번에 완봉 1번을 곁들였다.
팔이 빠지도록 던지고도 최동원은 김시진, 김일융 삼성의 원 투 펀치에 혼자 맞선 한국시리즈에서 불굴의 투혼을 선사했다.
최동원은 대구에서 벌어진 1차전(138구 투구), 부산에서 열린 3차전(149구) 모두 완투해 승리를 낚았다. 1차전에선 9이닝 7피안타 무실점의 완봉승(4-0)을, 3차전에선 9이닝 6피안타 2실점(3-2)의 완투승을 거뒀다.
편법 비판을 자초하며 우승에 도전한 삼성의 스텝은 최동원의 괴력투에 완전히 꼬였다.
2승 2패로 잠실로 올라온 최동원은 운명의 5차전에서 8이닝 3실점(2자책점·127구)으로 제 몫을 하고도 완투패 했다.
최동원을 내세워 1, 3, 5, 7차전을 잡겠다던 롯데의 전략도 흔들리려던 찰나, 최동원은 공 127개를 던진 다음날 6차전 5회에 구원 등판해 5이닝 무실점 역투(72구)로 한국시리즈 3승째를 따내며 모든 이들을 침묵에 빠뜨렸다.
비로 하루 순연된 7차전(126구)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최동원은 초반에 안타를 많이 맞아 4점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7회 이후 롯데 타선과 동시에 살아나 삼성의 추격을 따돌리고 롯데의 첫 우승과 나 홀로 4승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동원이 열흘간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던진 공은 무려 612개. 선발로 나선 4경기 롯데 투구 기록지에는 오로지 최동원의 이름만 적혔으며, 구원 등판한 5이닝을 합쳐 한국시리즈 40이닝에서 최동원이 내준 자책점은 8점에 불과했다.
마운드에서 초인(超人)이던 최동원은 우승 후 긴장이 풀리자 인터뷰 첫마디로 "이제 자고 싶어요"라고 해 그제야 범인(凡人)으로 돌아왔다.
'마, 함 해보입시더'에 응축된 26세 젊은이의 패기가 주도한 언더도그(약팀)의 반란은 세대를 흘러도 진한 감동으로 살아 있다.
암과 싸우다가 세상을 등진 최동원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역시 현대 야구에서는 앞으로는 구경할 수조차 없는 나 홀로 4승의 위대함, 최동원과 같은 단기전에서 슈퍼맨의 재림 기대감, 그리고 그 시대의 낭만 등이 뒤섞여 지금도 1984년 한국시리즈는 야구팬들의 화두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1984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7차전 8회 역전 3점 홈런을 때린 롯데 유두열이 선정됐다.
프로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는 잠실이 아닌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렸다. 잠실에서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축배를 든 팀은 1983년의 해태 타이거즈다.
해태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12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1986년, 1988년, 1989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 9번이나 잠실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8도의 팬이 모여 사는 서울의 한국 야구 성지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5∼7차전을 치르는 잠실구장 중립 규정은 2016년 폐지됐다.
져주기 비판을 받고 롯데에 우승도 헌납한 삼성은 이듬해인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위안 삼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2002년에야 처음으로 축배를 들고 한을 풀었다.
최동원의 1984년 한국시리즈 활약상은 '1984 최동원'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cany9900@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