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방투자, 정치권 고래싸움에 삼성·SK 새우등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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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방투자, 정치권 고래싸움에 삼성·SK 새우등 터지나

이뉴스투데이 2026-06-29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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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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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반도체 지방투자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카드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치권과 지자체 갈등의 한복판에 놓였다. 정부는 호남·충청·영남을 아우르는 대규모 반도체·인공지능(AI) 투자 프로젝트를 예고했지만, 야권과 일부 지자체는 기업 투자 판단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 입지 결정이 산업 논리보다 지역 정치 싸움으로 번질 경우 투자 속도와 전략 모두 부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대규모 지방 투자 구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광주·전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권 AI 데이터센터, 영남권 피지컬AI 투자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의 향후 10년 투자 규모가 총 20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구상을 국가균형발전과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입법예고한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도 같은 방향을 담고 있다. 수도권도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될 수 있지만, 지원 단계에서는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격차 해소 기여도를 고려해 비수도권을 우대하도록 했다.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비는 원칙적으로 50% 이상, 중요 시설은 최대 100%까지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

정책 발표 전부터 지역 간 이해관계는 이미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용인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존 국가산단 팹 일부가 지방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삼성전자로부터 용인 이동·남사읍 국가산단에 계획된 팹 6기를 예정대로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도 기존 수도권 반도체 집적지를 초격차 거점으로 유지하고, 추가 클러스터는 비수도권에 조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대구·경북 정치권도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에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반도체 입지는 전력, 용수, 인력, 연구개발 역량, 공급망, 물류체계 등 산업 논리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규모 인센티브와 정책 패키지를 집중할 경우 민간 기업의 투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미시는 한발 더 나아가 반도체 제조공장 유치를 위해 제5 국가산단 2단계 산업용지를 평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정치권 공방은 기업 자율성 논란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야권에서는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방 투자를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부가 인허가와 규제를 쥔 상황에서 특정 방향의 투자를 설득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 반면 이 대통령은 전력·용수·용지·인력 양성·정주 여건 등 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며 이를 행정지도와 조성행정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와 산업부는 호남권이 경쟁력 있는 후보지라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서남권이 높은 전력 자급률과 풍부한 용수, 전남대·광주과학기술원·한국에너지공대 등 연구·인재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용인 클러스터 구축이 앞당겨지더라도 미래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려면 추가 생산거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높은 토지 비용과 제한된 인프라를 고려하면 지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도 호남 투자를 용인 대체가 아니라 병행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차세대 생산 거점 확보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입지 발표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 기반이다. 반도체 팹은 24시간 끊김 없는 전력과 대규모 공업용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기반이 풍부하더라도 전력 변동성을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 LNG 열병합 발전, 안정적인 원전 가동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수와 인재도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광주·전남에는 장성·나주·담양·광주댐 등 수자원이 있지만, 농업용수의 공업용수 전환과 물관리 계획 변경이 뒤따라야 한다. 고급 인재가 수도권 밖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른바 ‘인재 남방한계선’도 넘어야 한다. 광주과학기술원과 지역 국립대, AI 영재고, AI 융합대학 등 인력 양성 기반은 있지만, 실제 인재가 정착하려면 문화·교육·의료·주택 등 생활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지방 투자가 단순한 지역 배분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생산거점은 한 번 정하면 수십 년간 기업 경쟁력과 비용 구조를 좌우한다. 정부 지원이 충분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정치권과 지자체가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기업 이름을 앞세우는 흐름은 부담이다. 투자 결정을 앞두고 기업은 글로벌 수요, 기술 변화, 공급망, 전력·용수, 인력 확보를 모두 계산해야 하는데, 여기에 지역 정치 변수까지 더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방 투자 논의가 지역 배분 경쟁을 넘어 실행 가능성 점검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방 투자는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미래 생산능력 확보 측면에서도 검토할 수 있는 과제”라면서도 “다만 반도체 클러스터는 발표보다 실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어느 지역이 맞느냐를 두고 싸우는 동안 기업은 전력·용수·인력·협력사 생태계가 실제로 갖춰질 수 있는지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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