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미국 LA, 나승우 기자) 홍명보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홍 감독의 마지막 모습은 가볍고 무심했다는 평가다.
홍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대표팀 베이스캠프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잔여 임기는 2027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였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다.
사퇴 자체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체코를 꺾은 뒤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패했다. 1승2패, 승점 3, 골득실 -1. 조 3위로 밀렸고, 12개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마지막 32강 티켓 경쟁에서도 10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48개국 체제로 본선 진출국과 토너먼트 진출국이 대폭 늘어난 대회였다. 각 조 1, 2위 24개 팀은 자동으로 32강에 올랐고, 조 3위에게도 8장의 추가 티켓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은 32강에 가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34위.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남아공전이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답답한 축구를 했다. 골이 필요할 때조차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고집했다.
남아공에 패한 한국은 이후 9개 조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하는 3개 팀이 나와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조별리그 마지막 날까지 한국보다 뒤처진 성적을 낸 건 스페인에 패한 우루과이 뿐이었다.
자력으로 32강을 확정할 기회를 놓치고 다른 나라 결과를 기다리다가 무너지는 최악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홍 감독은 한국의 탈락이 결정된 다음날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발표문은 고작 1분30초 정도였다. 취재진 질의응답도 없었다. 자신의 입장만 짧게 늘어놓은 후 자리를 떴다.
홍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했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면서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지원 인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그러면서 "오늘 대표팀 감독이란 자리를 내려놓겠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회견은 빠르게 끝났다.
회견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전해진 직후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생각보다 태도가 당당한 것 아니냐"며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 축구의 '홍명보 2기'가 허무하게 끝났다.
홍 감독은 대표팀 복귀 당시부터 절차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환영받지 못했다. 이후엔 지도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의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뚜렷한 전술적 해법을 보여주지 못했고, 선수 활용을 둘러싼 의문도 반복됐다.
손흥민의 최전방 기용은 효과를 보지 못했고, 남아공전에서는 황희찬 선발 카드와 측면 조합이 공격의 색깔을 지워버렸다.
홍 감독은 남아공전 뒤 "잘되지 않으면 감독 책임"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탓할 것이 없으면 나를 탓하라"고 했다.
팬들이 원한 것은 탈락이 확정된 뒤의 짧은 사퇴 발표만은 아니었다.
물론 대표팀 임기를 스스로 중단한 마당에 긴 질의응답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발표문만 달랑 읽은 뒤 퇴장하는 모습은 임기 내내 실망스러웠던 그의 모습이 끝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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